장애학생에 대한 시혜적 정책이란 생각 버려야

  지난달 우리 사회는 장애학생 학부모가 특수학교 신설을 읍소하며 이를 반대하는 주민 앞에 무릎 꿇는 모습을 뉴스로 접했다. 특수학교 설립을 약속했다가도 주민 반발에 뒷걸음치곤 하는 교육당국을 더는 믿을 수 없다며 학부모가 직접 나선 것이다.

  서울에 설립된 특수학교는 2002년 경운학교가 마지막이다. 오늘날 서울에는 29곳의 특수학교가 있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2016년 말에 집계된 서울지역의 중증장애 특수교육 대상자는 1만3,146명이다. 이중 약 35%인 4,496명만이 특수학교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다. 나머지는 일반학교 또는 특수교육지원센터에 다닌다. 학교가 부족하다 보니 특수학교 학생의 통학시간도 일반학생에 비해 길다. 이런 상황은 비단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총계된 전국의 특수교육 대상자는 2011년 8만2,665명에서 2016년 8만7,950명으로 5,285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신설된 특수학교는 15곳 뿐이었다. 현재 특수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은 전체의 29.1% 수준이다.


  학부모가 무릎을 꿇는 충격적인 장면에 언론은 물론 정부, 국회, 시민사회단체가 앞 다퉈 특수학교 설립에 한 목소리를 냈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자 장애학생과 학부모들은 15년간 민원에 막혀 단 한 곳도 신설하지 못했던 서울에도 특수학교 설립이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특수학교 설립이 장애학생에게 특별한 혜택을 준다는 시각이 우리 사회 곳곳에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는 ‘은혜를 베풂’이란 사전적 의미를 가진 시혜적 정책이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 확보를 위해 교육당국이 당연히 해야 했던 의무이다. 우리 헌법은 제31조에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임무를 방기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이뿐만 아니라, 특수학교 부족은 법 제11조 평등정신에도 위배된다. 또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 교육기본법 제4조에도 어긋난 것이다. 실제로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설립 반대가 평등정신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시혜적 정책이란 생각이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한, 특수학교 설립은 예산 우선순위에서 언제든지 뒤로 밀릴 수 있다. 모든 정부는 대선과정이나 출범 초기에 특수교육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특수교육 예산은 올해까지 6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교육예산에서 차지하는 특수교육 비중은 2012년 4.1%에서 2016년 4.0%로 사실상 하락했다.


  더구나 운영 중인 특수학교들은 교사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립학교를 제외해도 특수교사 확보율은 65%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도 취임 초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특수교사 1,500명을 충원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실제 충원 규모는 연간 500-700명에 그쳤다. 정부와 사회의 의무가 아니라는 시각으로 인한 예산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난관이 많이 남았다. 논란이 됐던 서울 강서구에서는 건설 공사가 시작되면 주민 반발이 다시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수학교 설립이 예정된 다른 지역 주민의 반대 여론도 거세다. 여기에 갈등이 확산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과 교육당국이 부담스러워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특히 장애학생과 학부모들은 특수학교가 설립되면 집값이 하락한다는 가짜뉴스와도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우리나라 초·중·고교 교육과정은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더불어 사는 사람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인간상이라는데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어른들도 위 인간상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하지만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불편하다는 이유로 장애학생을 얕보고 차별하는 사회는 절대 건강한 미래세대를 양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시점이다.

내일신문 정책팀 장세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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