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국내 치매 환자는 급증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치매 환자 수는 약 69만 명으로, 80세 이상 고령자 4명 중 1명(27%)이 치매 환자다. 전체 인구 중 치매 노인 비중도 2013년 1.1%에서 2050년 5.6%로 증가할 전망이다. 각종 치매로 인한 사망자 수는 총 9,164명으로 10년 전보다 114.1% 증가해 사망률도 꾸준히 상승세다.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크게 늘어간다. 2017년 기준 국가치매관리비용은 약 15조 원으로, GDP의 약 1% 수준이다.
 
  치매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뇌가 손상되거나 인지 기능이 급격히 저하돼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포괄적 용어다. 치매 중 흔히 알려진 퇴행성 뇌 질환이 바로 알츠하이머인데,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기에는 독성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과발현된다. 이것이 뇌 안에 축적되며 뇌신경세포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현재까지 밝혀진 치매의 원인이다. 
 
  현재 치매 완치제는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는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등 콜린성 신경계 조절 약물과 NMDA 수용체 길항제 약물 5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늦추는 수준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치매 악화를 막기 위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치매 환자 60-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는 병이 서서히 진행된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만 빨리 발견해 치료한다면 치매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약 70% 막을 수 있다. 정부도 조기 진단 필요성에 공감한다. 질병 악화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치매는 개인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질병이다. 간병인, 각종 치료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가족들은 치매 환자를 돌보면서 어려움과 고통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가족 외에 환자를 책임져 줄 곳도 마땅치 않다. 각종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생겼지만 치매 환자를 전문적으로 돌보고 치료할 곳은 많지 않다. 실제로 한 치매환자의 배우자는 “겪어보지 않고는 결코 이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 환자들의 고통을 사회와 국가가 분담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정부의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은 그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치매 조기진단과 예방부터 상담, 사례관리, 의료지원까지 종합적 치매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치매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고,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치매안심사회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전 정부까지의 치매관리사업은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 등을 사업 주관자로 두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관리·감독 하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였다. 이와 달리 현 정부가 도입하는 치매국가책임제는 지역사회 인프라를 연계·통합함으로써 의료 및 돌봄 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한다.
 
  또한, 치매지원센터(총 47개소)를 모델로 한 치매안심센터를 신규 설치(205개소)해, 총 252개의 센터가 치매 조기 검진을 위한 의료기관과의 연계 및 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불어 전국 공립요양병원(79개소)에 치매전문병동을 확충해, 전국적으로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하고 진단 및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외에도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상한제가 도입됐으며 치매 대상도 중증에서 경증 환자까지 관리 대상이 확대됐다. 또한, 국가건강검진의 인지기능검사가 보다 정밀화되고 검사 주기도 단축돼 66세부터 4년마다 받던 것을 앞으로는 2년마다 받게 된다. 검사결과 치매가 의심되면 치매안심센터로 연결돼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다.
 
  다만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재정을 통해 의료비 관리가 이뤄진다. 치매환자 1인당 의료비는 연 평균 2,000만원이다. 국가가 치매환자 부담비용을 90%를 부담할 경우 환자 당 1,8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향후 치매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면, 국가 재정부담은 천문학적 액수로 증가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국가 재정 이외에 기금조성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다. 언젠가 당신, 또는 당신의 가족에게도 치매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와 국민이 함께 나서 해결해야 한다.
 
장윤형 전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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