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의 말소리가 서서히 사라진다. 경쾌한 멜로디가 관객들의 입은 물론 귀까지 사로잡는다. 쏴르르거리며 내리는 빗소리는 공연장 밖에 실제로 비가 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관객들을 공연에 몰입하게 만든다.
  1995년 초연 후 국내 최초 3,000회 공연을 기록하는 등 뮤지컬 역사를 새로 쓴 <사랑은 비를 타고>는 경쾌한 멜로디와 세 명의 ‘루저’가 등장한다. 몸이 굳어 직장을 잃은 노총각 동욱과 왼손 신경이 절단돼 팔을 못 쓰는 동생 동현, 그리고 취직한지 8시간 만에 해고당하고 인생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미리가 바로 그들이다.
  공연은 마흔 번째 생일 날, 여동생들에게 축하는커녕 외면받은 동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동생들 뒷바라지 때문에 결혼도 못한 그는 서운할 법도 한데 “너희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노래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잔잔하던 공연의 분위기는 7년 전 가출한 막내 동생 동현과 첫날밤 축하 이벤트를 하는 웨딩회사 직원 미리의 등장으로 한결 밝아진다. 자신의 행방을 비밀로 부치는 동현과 “결혼 축하해요∼♪”를 연신 외치며 무대 위를 방방 뛰는 미리 덕분에 공연 보는 재미가 쏠쏠해질 무렵, 미리는 이벤트를 의뢰한 집이 아닌 엉뚱한 집을 찾아간 죄로 출근 8시간 만에 해고 통보를 받는다. 하지만 불행은 미리에게만 찾아온 것이 아니다. 동욱은 병 때문에 신경이 굳어 직장을 잃고, 동현은 고된 일을 하다가 손의 신경이 절단돼 피아노 치는 것을 포기한다. 그들에게서 우리 사회의 ‘루저’들이 보였다.
  직장을 잃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하는 미리, 가족과 직장에서 버림받은 노총각 동욱 그리고 삶의 전부인 피아노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동현의 모습에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 생각 때문일까? 공연 내내 아련히 들리는 빗소리가 세 명의 주인공들을 위한 멜로디 같았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아련한 멜로디는 가진 것 없는 루저들의 고통과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다정한 손길처럼 느껴졌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내리는 비는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영양제일지도 모른다. 차갑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그들은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그들에게 내리는 비도 언젠가는 그칠 것이다. 아픔을 딛고 강해진 그들이 앞으로 불러줄 경쾌한 멜로디가 마음속 한편에 울려 퍼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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