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는 오래된 건물이나 폐공장을 개조해 만들어진 카페나 전시장 등에 다녀온 사람들의 인증 사진으로 넘쳐난다. 청년들 중에는 허름해서 더 멋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곳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카페 투어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복고풍의 공간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일 자체가 젊은 층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에 고풍을 그대로 살린 건축물이 많은 성수동, 연희동 등은 지역 전체가 ‘핫플레이스’가 돼버리기도 했다. 게다가 이러한 빈티지 콘셉트의 건축은 도시재생사업에서 큰 성과를 보이고 있어, 낙후된 지역을 살리는 해법으로써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와 창업자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다
요즘은 매장에서 단순히 좋은 품질의 것을 선보인다고 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창업자는 무엇으로 승부해야 할까. 대두되고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매장 분위기의 차별화로, 평상시에는 볼 수 없던 색다른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옛 건물’이다. 옛 건물은 신축 건물에서는 느낄 수 없던 세월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함을 발휘한다. 특히 아파트 세대라고 불리는 청년들에게는 벗겨진 벽지가 주는 느낌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젊은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자연히, 기존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개발’보다 본래의 모습을 재활용하는 ‘재생건축’이 더 선호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재생건축은 다양한 형태로 시도할 수 있어, 창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실제로, 사람이 살던 다가구 주택을 개조해 안락한 느낌의 3층짜리 카페로 만들거나, 천장이 높은 공장이나 창고를 시야가 확 트인 카페 겸 갤러리라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등의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수동에 위치한 ‘어반소스’도 60년대에 준공한 봉제 공장을 활용해 만들어진 카페 겸 문화공간이다. 어반소스 대표의 말에 따르면, 원래는 사무와 프로젝트를 겸할 수 있는 넓은 창고형 공장 지대를 찾아보다가, 옛 건물의 공간이 생각보다 훨씬 활용가치와 범위가 무궁무진해 용도를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현재 어반소스는 카페, 레스토랑, 전시, 패션쇼 등이 함께 운영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쓰인다. ‘대림창고’, ‘어니언’ 등 성수동의 이름난 카페들도 마찬가지로, 공장, 창고, 주택 등을 그대로 살려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중이다.

도시재생사업에 날개를 달아주다
이렇게 옛 건물을 다시 활용하는 건축방식은 도시재생사업에서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동안은 낙후된 지역을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밀어내는 재건축·재개발이 흔히 이뤄졌다. 하지만 사람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지역에 높은 고층 빌딩을 짓는다고 해서 도시가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재개발에 들어가는 예산도 만만치 않은 편이다. 이럴 때에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성공사례들이 있다. 프랑스 파리 같은 해외의 유명 도시들은 오래된 건물을 오히려 관광에 활용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재생건축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국토교통부가 2014년에 13곳의 국가 도시재생 선도 지역을 선정했고, 빈집 및 버려진 터를 활용해 사업에 도전하는 이들에게는 연 1.5%의 저리 융자를 지원했다.
그 결과, 3년이 지난 지금 나름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선정된 지역 중 한 곳인 공주시는 오래되고 허름한 빈집을 70년대 하숙집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하숙마을을 만들어냈다. 아무도 찾지 않았던 주택에서 역사적 가치를 발견해 원형을 보존해낸 것이다. 그러자, 대낮에도 인적이 드물던 공주시는 이제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하숙마을은 투숙한 사람만 지금까지 300명이 넘는다. 공주시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폐건축물들을 활용해 예산을 절약한데다가, 관광객까지 찾아들게 만들어 일석이조의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이처럼 옛 건물은 이제 더 이상 도심의 흉물이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황홀한 공간이면서도, 젊은 창업자들이 적은 예산으로 성공을 꿈꿀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재생건축으로 달라질 도시의 모습을 기대해보자.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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