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가는 교수의 막말 발언으로 떠들썩하다. 배화여대의 모 교수는 학생에게 “전쟁이 나면 너희는 몸을 바쳐야 한다”라고 폭언했고,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순천대학교의 A 교수는 강의 중 ‘위안부’ 피해자를 비하해 지난달 11일 파면되기도 했다. 최근 본교 학생 커뮤니티인 동감(dong-gam.net)에서도 수업이나 면담 중 교수에게 막말을 들었다는 글이 몇 차례 게시됐다. 일부 학생들은 댓글을 달며 자신의 경험을 토로했고, 글쓴이의 말에 공감하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학내에 교수의 막말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해봤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학우 202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본교 교수에게 막말을 들었다고 응답한 학생은 28%(56명)였다. 10명 중 2-3명이 막말 발언을 듣는 꼴이다. 이들에게 어떤 막말을 접했는지를 묻자 ‘학생 개인을 무시하는 발언’이 49%로 가장 많았다. 성차별, 여성 비하, 성적 대상화 등의 여성 혐오 발언이 30%로 그 뒤를 이었고 ‘정치 및 역사에 대한 비하 혹은 왜곡 발언’과 ‘욕설’이 각각 7%와 4%를 기록했다. 기타에는 문․이과 차별 혹은 특정 학과 비하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더불어, ‘언제, 어디서 막말을 들었나’라는 질문에서는 77%(43명)의 학생이 ‘수업 중’이라고 답했다. 즉, 학생이 강의를 듣는 시간에 교수의 막말 발언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개인이 느끼는 불쾌함 수준을 넘어 학생의 학습권 침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학생들은 올바르지 않은 교육을 학습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학우들의 학습권은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 실제로, ‘막말을 들었던 당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십시오’라는 주관식 질문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들었던 비도덕적인 수업 내용을 적었다. 임신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학문적으로 당연하다고 설명하며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합리화한 수업, 남성 중심적인 가정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더욱 화목하다는 예시를 언급한 강좌 등이다.


  그렇다면 본교는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끔 적절한 조치를 하고 있을까. 학우들에게 이에 대해 묻자 45%(90명)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반면, 그렇다고 응답한 학우는 단 2%에 그쳤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던 한 학우는 “동감이나 페이스북, 대자보 등에서 교수의 막말에 대한 얘기를 종종 접했지만, 학교가 특별한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학우들은 이러한 막말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학교 측의 적극적인 권고 및 징계’(136명)를 꼽았다. 그밖에도 ‘학생의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하는 상설 기구를 설치’(56명)해야 한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한편, 학교는 일부 교수들의 막말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교수학습개발센터와 학사지원팀에 문의해본 결과, 두 곳 모두 막말과 관련한 어떤 민원이나 항의 전화도 오지 않아 막말하는 교수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부서들은 언어폭력에 대응하는 어떤 시스템이나 프로그램도 구축하지 않고 있었다. 학생상담센터에서는 성희롱, 성폭력 발언의 예시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내용이 포함된 ‘4대폭력 예방교육’을 매년 교수를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참여하지 않는 교수에 대한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또한, 학교 측에서 진상조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를 열기도 하지만, 이는 상설 기구가 아닐뿐더러 심각한 사건이 터져야 열리는 최후의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수업이나 상담 때마다 생기는 막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문턱이 낮고 활발하게 운영되는 기구나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접한 학사지원팀 박세준 직원은 “학사지원팀에 교수의 비도덕적 언행과 관련된 민원이 온다면, 해당 학과 사무실이나 학과장한테 연락해 학생들의 불만을 알리고 조치를 요구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교수학습개발센터 역시 본지가 조사한 결과를 보고 해당 내용을 다루는 게 본 부서가 맞는지 확인되면, 교수에게 워크숍을 통해 언행에 더욱 주의하도록 알리는 등의 조치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본교는 학생들에게 부당한 언어폭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능동적으로 나서서 예방하고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학교 측에서 교수의 막말 문제에 대응하려고 노력한다면,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는 더욱 튼튼하게 보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