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24시간 운행’에 대한 타당성을 살펴보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는 밤늦게 귀가하는 시민의 편의를 증진하고자 추진됐으며, 용역 결과는 12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또한, 공사 측은 결과를 통해, 심야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의 수요를 파악하고 차량을 운행하는 데 적합한 요일을 산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 시장은 “비용 및 차량 관리 등의 제반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민한 뒤 실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심야 지하철, 편한 귀가를 위한 시민의 발

최근 24시간 지하철 운행에 대한 찬반여론이 뜨겁다. 많은 이용객은 늦은 시간에도 편히 귀가할 수 있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심야 버스나 택시가 이미 갖춰졌으니 심야 지하철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야간 교통수단으로는 시민 편의를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대부분 승객은 버스나 지하철 막차를 놓치면 택시를 탄다. 그러나 택시는 승객의 입장에서 불만족스러울 때가 많다. 우선, 비용 부담이 크다. 야간 시간대 택시는 오전 0시부터 4시까지 20%의 할증이 붙는다. N61번 버스 종점인 양천에서 반대 종점인 노원까지 택시로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기본요금 3,600원에 추가 요금 22,100원가량이 들어 총 25,700원이 나온다. 같은 경로로 이동할 때 성인 기준 2,150원이 드는 야간 버스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이뿐만 아니라, 야간 택시의 승차거부 문제도 심각하다. 택시기사의 거부로 인한 민원이 한 해 5천 여 건에 달할 만큼 승차 거부는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택시기사가 회사에 납부할 금액을 맞추기 위해서는 장거리 손님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야간 버스는 어떨까. 야간 버스는 편수 부족이라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심야 버스는 1시간에 1대씩 운행되다 보니, 버스를 놓치면 승객들은 1시간가량을 기다려야 하고 귀가 시간은 그만큼 늦어진다. 또한, 버스 노선은 지하철에 비해 현저히 제한적이다. 경로가 적어서 집까지 멀리 돌아가야 하거나, 내린 후에 다시 택시를 타야 하는 승객들도 많다. 결국, 이러한 한계 때문에 택시와 버스만으로는 ‘귀가의 불편함’이라는 핵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편, 우리나라는 ‘야근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근로자가 직장에 오래 남아있는 풍토가 강하다. 회식도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할 때가 많다. 우리 사회는 근로자들이 늦게 퇴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편리한 귀가를 위한 제도는 보장하지 않는다. 사회로부터 늦은 귀가를 요구받는 시민이 저렴하고 신속한 교통 혜택을 누려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물론 현재 적자로 운영되는 지하철 상황을 고려할 때, 지하철을 24시간 운행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는 차편을 적정 수준에 맞춰 심야 버스와 병행하거나, 요금을 주간보다 높게 책정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장은채 수습기자 bepi@naver.com

 

편의를 위해 사람 목숨을 내줄 수는 없다

오늘날 서울 지하철은 전체 운행이 종료된 새벽 1시 30분부터 4시간 동안 시스템 점검과 선로를 보수하는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이용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지만, 현재 서울교통공사 측은 지하철을 24시간 운행할 시 필요한 새로운 점검 방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본 문제의 심각성은 이 같은 졸속 행정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실제 작업에 투입되는 노동자라는 점에서 더욱 대두된다. 애초에 지금처럼 보수 업무 시간이 지정된 까닭도 1992년 선로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사망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이에 대해 이호영 서울 지하철 노동조합 교육선전실장은 “현장에서는 이미 최소 인력으로 과도한 양의 점검 및 보수를 감당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인력 부족으로 인해 시설점검 주기가 늦춰지는 상태다”라고 일갈했다. 즉, 현 상황에서 24시간 운행은 시민과 근로자 모두를 위한 안전 서비스망에 구멍을 뚫는 살인 행위에 불과하다.

나아가 지난달 28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22일째 실시한 천막 농성을 통해 본 사업이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행태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처럼 시설물의 낙후 정도를 꿰뚫고 있는 근로자의 의견도 수합하지 않은 채 과연 안전성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을지 의문이다. 아울러 지난 3월,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안전 대책을 위한 내용으로 “현재의 심야 운행을 줄일 필요가 있다”라고 의견을 발표했으나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이러한 전적은 서울교통공사 측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지하철 내 안전사고를 인지하고도, 의도적으로 등한시하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까지 가능케 한다.

한편, 서울 지하철은 방대한 수송 인원에 비해 운임비가 저렴한 탓에 2016년도 누적 결손이 7조 원에 달하는 만성 적자 상태다. 이뿐만 아니라, 현장 근로자 수의 부족으로 빚어진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망 사고’와 같은 역사 내 안전사고를 근절하기 위한 인력 확충도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이럴 때에 과연 심야 운행을 위해 필요한 운행 및 치안 인력 등을 충원할 수 있을지 현실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사고처럼 사람을 지키기 위한 스크린 도어가 도리어 인간을 죽이는 게 대한민국 지하철 노동환경의 현주소다. 근로자의 목숨을 벼랑 끝에 내모는 역사 내에서는 그 누구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누군가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면서까지 ‘편의’를 논할 수 있는지 현실을 돌아봐야 할 때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