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개미’ 때문에 전국 항구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항에서 출몰해 모든 방역 담당자의 황금연휴를 완전히 망쳐놓았던 1천여 마리의 살인 개미가 그 시작이었다. 정부 당국은 중장비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색출 작업을 벌였지만 끝내 여왕개미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광양항에서도 100여 마리의 열대 불개미가 발견됐다. 이러한 상황 탓에 중국과 동남아의 많은 화물이 도착하는 인천항도 불개미의 침입에 바짝 긴장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오늘날 항구에서 외래종 동·식물이 발견되는 것은 절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 불개미 소동이 유난스러웠던 까닭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과장된 발표 때문이었다. ‘한 해 평균 8만 명이 물리고, 그중 100여 명이 사망한다’라는 발표는 일본 방역 당국이 실수로 인터넷에 올려놓았던 엉터리 정보를 그대로 인용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개미 박사인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자연과학부 교수는 부산항에 등장한 붉은 불개미의 독성이 사실 꿀벌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붉은 불개미에 물리면 성가신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개미의 분비물에 들어있는 솔레놉신 때문에 피부가 가렵고 발진이 생길 수 있다. 드물지만 과민성 쇼크(알레르기)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매년 1,400명이 불개미에 물리지만 병원을 찾을 정도로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붉은 불개미가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의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으로 지정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독성 때문이 아닌 엄청난 번식력과 적응력으로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1930년 붉은 불개미는 고향인 남미에서 목재 운반선을 통해 플로리다로 건너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 서식하던 전체 토종 개미의 70%를 밀어냈다. 이밖에도 미국에서는 붉은 불개미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가 해마다 60억 달러가 넘는다. 거대 개미집으로 농경지를 망쳐놓거나 아스팔트 혹은 전기제품의 틈새로 파고들어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런 붉은 불개미가 이제는 호주,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에 토착화됐고, 일본과 우리나라를 넘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항구나 공항을 통한 외래 생물 종의 유입은 심각한 골칫거리다. 목재처럼 자연에서 채취한 원자재를 실어오는 경우는 특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주로 개미나 나방처럼 작은 곤충의 알·유충·성체와 야생 식물의 씨앗이 단골손님이다. 우리나라 항구의 검역 과정에서도 외래 개미가 60여 차례 발견된 적이 있는데 이는 정확한 숫자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검역 당국의 실수로 인해 발견되지 않은 개체 수가 더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이번 붉은 불개미 사건 이후 허술함을 지적당한 당국은 방역체계를 더욱 갖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연 앞에서 완벽한 방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실, 외래종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유입된 경우가 많다. 털을 옷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수입된 뉴트리아는 토종 수생 식물을 전부 먹어 없애버리고, 수박 재배를 위해 수입된 가시박은 주변 나무를 감고 올라가 말려 죽인다. 게다가 식량 확보를 위함이었던 미국의 베스·블루길도 우리나라 하천 근처의 생태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의 칡은 미국에서 생태 교란종으로 악명을 떨치는 상황이다.

자연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은 영토 확장에 골몰한다. 그런 생물에게 인간이 만들어놓은 ‘국경’은 무의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에게 외래종의 유입을 무작정 비난할 권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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