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부문 당선작

작은 게의 눈높이

김수인(일본어 13)

 

 

사진 당선 소감

저는 바다가 좋습니다. 정확히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늘 바다를 좋아했습니다. 어릴 때는 바다에 가면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 것만 같았습니다. 바다는 늘 신비로웠고, 그 곳에 있으면 저도 성스러운 존재로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바다를 보면 제가 늘 이야기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저에게 바다는 행복을 눈으로 확인하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행복이라는 막연한 단어를 두 손에 가득 움켜쥘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바다는 늘 그리운 고향집 같아서 가끔 찾아가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바다에 살고 싶고, 늘 바다에 목마릅니다.
사진은 7월, 뜨거운 여름 햇볕이 내리쬐는 안면도 바다입니다. 흔히들 바다에 가면 지나치는 것들이 많습니다. 대게 자세히 보면 아름다운 것들을 그리합니다. 하나하나 유심히 쳐다보면 저 마다의 색과 모양, 무늬도 다릅니다. 저 마다의 삶이 숨 쉬고 있는 것입니다. 그 많은 삶 중에서 작은 게 한 마리가 저의 발을 스쳐갔습니다. 작은 게는 바다로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문득 그의 시선으로 보는 바다가 궁금해졌습니다. 또한 낮게 발밑에서 왔다 갔다 하는 파도와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카메라를 가장 낮은 곳에 두었고, 뷰파인더를 통해 본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파도와 그 위에 이슬같이 맺힌 햇살, 촉촉이 젖은 모래와 하나하나의 작은 삶들. 그리고 그 위로 보이는 연 파랑의 하늘. 말 그대로 인생사진을 찍었구나 싶었습니다.
어디 출품하려고 찍은 사진이 아니었기에 혼자 꺼내보는 것에 만족했습니다. 동덕문화상에 출품하고자 마음먹었을 때에도 당선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부족한 사진실력으로 담은 바다를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더 많은 분들과 바다의 가장 낮은 시선을 나누고 싶습니다. 바다에 갈 때마다, 가장 낮은 시선으로 여유를 부리는 바다를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도 바다의 작은 삶들과 그 곳의 행복을 눈으로 담아 오시길 바랍니다.

사진 심사평

“... 우리는 우리가 태어나는 시기를 선택할 수 없어요. 그리고 우리 모두는 카메라의 시선 아래 살고 있소. 이제 그것은 인간 조건에 속하는 거요. 우리는 전쟁을 할 때조차도 카메라의 눈 아래서 합니다. 그리고 그 무엇에 대해서 항의하고자 하건, 카메라 없이는 우리의 주장을 남들이 듣도록 하지 못해요.” - 밀란 쿤데라의 『느림』중에서
우리의 일상 속에는 사진영상이 늘 존재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탄생은 그 한계를 모를 정도로 우리의 삶속에 밀착되어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길에 카메라와 함께한다는 것은 더없는 행복이다.
카메라를 통해 풍광을 본다는 의미는 사진이 어떻게 보여 지기를 원하는지 머릿속에 그려본다는 것을 뜻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프레임 속에 강조할 것과 제거할 것을 적절히 배치 하였는지를 고민해 보라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카메라의 앵글(피사체를 바라보는 높이)은 중요한 포인트이다. 또한, 피사체에 한 발 더 가까이 가서 찍는다는 것은 대상과 교감한다는 것을 뜻한다.
“작년 7월의 바다이다. 흔히들 바닷가에 가면 지나치는 것들이 있다. 대게 자세히 보면 아름다운 것들이 그러하다. 낮게 발 밑에서 왔다갔다 하는 파도와 같은 높이에서 바라보고 싶었다. 그것들을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었다.”(작가의 말)
<작은 게의 눈높이> 사진작품은 가족 여행으로 간 안면도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힐링의 여유일 것이다. 사진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피사체와의 ‘교감’이다. 그것은 현장에서 대상과의 소통을 의미한다. 움직임이 없는 대상일지라도 사진가 자신이 준비 되어있으면 충분히 표현 되어 질 수 있다. 이 사진에서 작가는 동시에 낮게 보는 앵글을 통해 사진시선의 확장을 구현해냈다. 얕은 심도는 화면전체에 선명하게 초점을 맞춘 사진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다. 파도, 수평선, 섬 그리고 전경의 생명체들…. 그들은 서로 조화롭고 유기적으로 공간속에 배치되어 있다.

신빛(사진가·회화과) 겸임교수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