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6 수 21:32
> 뉴스 > 광장 > 아카데미아
     
셰일가스의 저주, 산유국 가격 횡포에 맞선 기술의 승리
2017년 12월 05일 (화) 19:11:09 동덕여대학보 ddpress@dongduk.ac.kr
   

원유는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그런 만큼 원유가격을 잘 예측하는 것은 경제활동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종래에는 산유국 조직인 석유수출국기구(이하 OPEC) 통계만 보면 국제유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OPEC 회원국의 담합이 예전 같지 않다. 특히 OPEC의 최대 산유국인 이란과 사우디는 이슬람의 정통성을 놓고 서로 죽고 죽이는 건곤일척의 승부를 가리고 있다. 게다가 사우디는 빈 살만 왕세자의 세습을 앞두고 이른바 수니와 씨아 간의 종파 전쟁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OPEC에 보고되는 통계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착오로 틀린 것은 부지기수이고 아예 처음부터 속일 목적으로 조작된 통계도 적지 않다. 분명, OPEC을 주도로 감산을 합의해 놓고도 제대로 지키는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 와중에 ‘셰일가스(shale gas)’라는 변수까지 등장했다. 셰일가스의 생산량이 극단으로 오르내리면서 국제유가를 마구 휘젓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셰일가스란, 이른바 셰일(shale)이라는 퇴적 암반층에 고여 있는 원유를 말한다. 모래와 진흙이 어우러져 퇴적하면서 굳어진 단단한 암석층에 함유된 원유와 천연가스를 통칭해 흔히 셰일가스라고 부르는 것이다.

사실 지하 암반층에 있는 원유의 존재가 알려진 건 매우 오래전 일이다. 고대 페르시아의 문헌에도 암반층 원유에 대한 기록이 간간이 나온다. 하지만 암반 원유는 워낙 깊고 또 지하 중간마다 길이 휘어져 있어 당시 인간의 기술로는 제대로 파낼 수가 없었다. 이를 해결할 셰일가스 추출법이 등장한 때가 1694년이다. 영국의 몇몇 기술자가 땅속 깊이 관을 넣어 지하 퇴적 암반층의 원유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안타깝게도 경제성이 맞지 않아 보편화 되지는 못했다.

본격적으로 셰일가스 대중화 시대를 연 이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기 이전에 미국은 2007년과 2008년 서브프라임사태가 터지면서 내로라하는 기업이 잇달아 무너진 상태였다. 이처럼 오바마는 미국 건국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이른바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 와중에 집권했다. 그때 오바마가 꺼낸 카드 중 하나가 셰일가스의 본격 생산이었다.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요즘과 비교하면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비싼 원유가격은 미국의 산업 생산성에 결정적인 위협이 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오바마는 셰일가스로 위기를 돌파하고자 했다. 이후 연방정부는 새로운 셰일가스 추출법을 개발하겠다는 곳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밀어줬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하 암반층을 파고 들어가 싼값으로 원유를 캐내는 새로운 추출법이 잇달아 등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미국에서 셰일가스 원유가 쏟아져 나오면서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2016년에는 한때 배럴당 20달러대 후반까지 밀렸다. 국제유가 하락은 셰일가스에도 큰 시련이었다. 새로운 추출법의 개발로 셰일가스의 시추비용은 크게 떨어졌지만, 유전에서 대량으로 퍼 올리는 일반 원유보다 여전히 생산비가 높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유가가 떨어지자 미국의 수많은 셰일가스 업체들은 채산성을 맞추지 못해 가동을 멈춰야 했다.

한편, 최근 산유국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낮은 유가가 지속되면서 찾아온 파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과거 오일 달러로 떵떵거리던 중동의 맹주 사우디조차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 방심은 금물이다. 다급해진 OPEC은 연일 감산 합의를 하고 있으며 이에 러시아도 동참 중이다. OPEC과 러시아가 힘을 합하면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90% 이상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예전 같으면 이 정도의 국제연대만으로도 국제유가를 충분히 끌어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국제유가는 좀체 오르지 않고 있다. 산유국의 감산이나 이란-사우디의 전쟁 소식이 들리면 크게 오르다가도 이내 다시 떨어져 버린다. 가격이 요동치는 폭만 더 커진 셈이다.

이렇듯 유가 인상을 가로막는 최대의 복병은 미국 셰일가스이다. 한동안 생산을 멈춰왔던 셰일가스 업자들이 유가가 조금 오르자 다시 생산을 늘린 바람에 원유 재고가 늘고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 셰일가스는 적어도 산유국에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셰일가스는 산유국의 가격 횡포 때문에 대중화될 수 있었다. 산유국의 무지막지한 담합이나 오일쇼크가 없었다면, 셰일가스는 지금도 그냥 땅속에 묻혀 있었을 게다. 조금이라도 더 벌겠다는 산유국의 과욕이 셰일가스의 대중화를 부추겼고 그 결과 지금은 산유국이 셰일가스에 당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점에서 셰일가스는 산유국에 대한 보복이자 저주인 셈이다. 만약, 산유국이 잘 나갈 때 조금 절제했더라면 지금도 독점 이익을 계속 누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역시 오래 잘 살려면 주위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동덕여대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 동덕여대학보(http://ddpress.dongduk.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02748) 서울특별시 성북구 화랑로 13길 60(하월곡동 23-1) | Tel 02-940-4241~4242
발행인 : 김명애 | 편집인 : 임나은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지우
Copyright 2009 동덕여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dpress.dongd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