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누출사고가 일어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앞으로 상황이 안정되는 데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판단되고 있고, 적어도 수년 이상 방사능 누출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행히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편서풍이 부는 날이 많아서 공기를 통한 방사능 오염은 아직까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한반도에도 방사능비가 확인된 바 있고, 공기 중에도 요오드와 세슘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우리 국민의 방사능 피폭도 지속될 전망이다.
  방사능에 피폭되면 어떤 건강문제가 발생할까? 현재까지 방사능 피해 연구는 주로 히로시마 원폭피해자, 나가사키 원폭피해자, 그리고 체르노빌 사고피해자에 대해서 시행됐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방사능 피폭 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대로 암이다. 백혈병 등의 혈구암과 유방암, 갑상선암 등의 고형암이 방사능 피해 때 가장 흔히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이러한 암발생의 증가는 역치(threshold, 자극에 대한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자극의 세기를 나타내는 수치)가 없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는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능이라도 암발생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언론 매체를 통하여 “기준치 이하이니 안전하다”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으나 이것은 의학적으로 옳지 않다. 세계 의학계는 WHO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암발생과 기형아 탄생은 피폭량에 비례해서 나타나며 역치가 없다는 것이다. 즉, 암발생과 방사능 피폭량 사이에는 y=ax 그래프처럼 원점을 지나는 직선관계가 형성된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사실이 있다. 방사능 피폭과 암발생 사이에는 15년에서 60년이라는 잠복기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지금 피폭되더라도 암의 발생은 적어도 15년 이후에 나타난다.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난 지 2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암 환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피크를 지나서 암 환자 수가 감소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할 만한 시기인데 아직도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잠복기가 길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사고에 의한 암환자는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의학계는 예측하고 있다.
  다시 우리 상황으로 돌아와 보자. 한국에서는 과거 두 달 동안 그랬듯이 “장기적인 저농도 방사능 피폭”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방사능 피폭 효과는 인체에 누적된다. 고농도로 잠깐 피폭되건, 저농도로 장기간 피폭되건 간에 피해의 정도는 피폭된 방사능의 총량에 의해서 결정된다. 물론 고농도로 짧게 피폭될 경우 암발생과는 별도로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이나 뇌혈관 질환 등이 유발되지만 기형아나 암발생 등 유전자 변화로 인한 질병들은 피폭된 방사능의 누적된 총량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방사능 피폭에 의한 암환자 수의 증가가 예상된다.
  그렇다면 방사능 피폭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체르노빌 사고 연구들의 결과를 바탕으로 2006년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체르노빌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의 방사능 피폭은 대부분 음식을 통해서였다. 물론 호흡기를 통한 피폭, 외부로부터 직접 피폭이라는 경로들도 있지만 80∼95%의 피폭은 물과 우유, 곡물, 채소, 고기 등의 음식을 통한 피폭이었다. 이번 후쿠시마 사고가 체르노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방사능 물질이 육지가 아니라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바다에서 나는 음식이 가장 위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방사능 물질 중에는 기화가 잘 되는 물질들도 많기 때문에 장시간이 경과된 후에는 공기와 빗물을 통해서 육지가 오염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상황은 피할 수 없어 보이는데, 이 경우에 우리가 방사능 오염에서 도피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정보가 하나 더 있다. 방사능 피해는 일반적으로 세포분열이 빠른 세포에서 더 민감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방사능은 생식세포와 태아에게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고, 그다음으로 어린이에게 큰 피해를 일으킨다. 또한 같은 어린이라도 여자 어린이가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는 성인도 마찬가지인데 성인 여성이 성인 남성보다 방사능에 더 민감하다. 방사능에 의한 암발생 중 가장 흔한 것이 갑상선암과 유방암인데, 갑상선암도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고 유방암은 거의 여성에게만 발생한다. 방사선은 이렇게 여성과 어린이, 그리고 태아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방사능의 피해가 이렇게 인체의 생산과 관련된 생식세포, 태아, 여성 등에 집중되는 이유에 자연의 어떤 섭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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