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숭실대, 명지대 등의 대학교들은 이른바 ‘민자 기숙사’를 설립했다. 민자 기숙사란 기업의 투자로 기숙사를 지은 후, 학교에게 소유권을 내주고 10∼20년 간 운영권은 기업이 갖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투자하고 학교는 기숙사를 얻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좋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숙사는 비용을 기업이 책정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지은 기숙사에 비해 비용이 높다.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대학과 기업이 손을 잡는 사업인 이른바 ‘대학의 기업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교 자체가 수익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이른바 학교기업이라 불리는 이것은 학과와 연계한 수업 실습을 위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 중 하나이다. 그리고 요즘 주목받고 있는 사업이 있으니, 이는 대학교 스스로 지주회사가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기업들과 대학 간의 결합이다.
 성균관대와 삼성, 중앙대와 두산. 재단이란 이름으로 대기업들이 대학을 인수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시설확충이나 연구 활동비 지원 등 대학이 재정적으로 이득을 얻거나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알려질 수 있는 이점도 분명 있다. 하지만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9학년 1학기부터 중앙대는 회계과목을 교양필수과목으로 채택했다. 뿐만 아니라 중앙대 총장은 외국의 대학들과 달리 한국의 대학교에는 학과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며,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평가를 통한 경쟁으로 ‘백화점식 학과’들을 추려 내야한다고 했다. 덧붙여 “비싼 등록금을 받고 사회에서 써먹지 못하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벌 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인문대학이나 자연과학대학 등 기초학문을 다루는 학과들의 정원은 줄이는 반면 경영대학의 정원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학문의 전당이었던 대학에 시장논리가 도입되면서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해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경쟁력 없는 학과’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각계에서는 대학이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생산해 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고려대학교 총장은 대학비전을 위해 ‘대학 기술 지주회사’를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의 지식을 이용해 기술을 개발하고 학교 스스로 발명, 특허를 내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업은 대학이 운영하는 기술지주회사에 도움이 되는 학과들을 선택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때문에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학과와 연구소에 집중적으로 지원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이것으로 대학은 펀드 같은 투자 상품에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낸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고려대뿐만 아니라 여러 명문대학교에서도 지주회사를 설립할 예정 혹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미국 따라 하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중앙대의 한 교수는 미국사립대학들이 재정확충을 위해 기업의 돈을 끌어들이거나 스스로 돈을 버는 길을 택해온 것처럼 우리나라 대학들도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적립금이나 기부금 등을 토대로 ‘대학펀드’를 통해 수익을 얻어왔다. 현재 한국의 경우도 정부에서 대학의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이나 펀드와 같은 투자 상품에만 매달려 수익을 내려고 한다면 예측할 수 없는 위험성으로 인한 손실은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손실에 대한 대책도 없이 막무가내로 미국을 따라 하려다가는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기업이 돈이 되는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지식의 배움터로서의 대학이 대학(大學)이 아닌 수익을 내는 수단으로 되어가는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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