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지난달 20일부터 광화문 일대 11개 교차로를 포함한 전국 53개 교차로에 ‘3색 신호등’을 설치해 시범운영을 실시했다. 하지만 시범운영을 하기 전에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홍보를 하지 않아 문제가 일어났다. 급작스럽게 바뀐 신호체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시민들이 혼란스러워한 것이다.
  3색 신호등은 기존의 4색 신호등(적색-황색-녹색 좌회전-녹색)에서 좌회전 신호를 알려주는 화살표 신호등이 따로 떨어져 나온 형태이다. 좌(우)회전 전용 신호등과 직진 전용 신호등이 분리된 형태인데, 좌(우)회전 전용 신호등은 회전할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3색(적색-황색-녹색)으로, 직진 전용 신호등은 원형 3색 신호등으로 구분돼 있다. 이런 3색 신호등은 과연 어떤 장점이 있을까?
  4색 신호등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신호등 체계로, 내국인이 외국에 나가거나 외국인이 국내에서 운전할 때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세계표준 신호등인 3색 신호등을 설치한 것이다. 그리고 좌(우)회전과 직진 신호등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좌회전 차량은 좌회전 차로에 설치된 신호등만, 직진하는 운전자들은 직진 차로에 설치된 신호등만 보고 가면 된다. 운전자는 자기가 가는 방향의 신호만 잘 지키면 되는 것이다. 또 3색 화살표 신호등은 항상 좌회전 표시를 하고 있어서 멀리서도 좌회선 차로인지 알 수 있다. 기존 신호등은 우회전 신호가 없어 교통이 복잡했는데, 새로 도입된 신호등은 우회전 화살표 신호등을 표시해 교통정리를 할 수 있게 됐다.
  동전에 앞면이 있으면 뒷면도 있듯이 3색 신호등에도 단점은 있다. 우선 운전자들의 혼란이 가장 큰 문제다. 4색 신호등에 익숙한 운전자들이 바뀐 교통체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의 신호등 교체는 사고의 위험성을 높인다. 특히 교통신호 법규 인식지수가 낮은 하위 1%의 운전자 26만 명은 인지심리학적인 면에서 혼란을 빚을 것이다. 또한 적색 화살표 표시일 때도 문제가 발생한다. 화살표는 회전을 지시하고 있는데 적색은 정지하라는 것을 의미해 가야하는 것인지 멈춰야 하는 것인지 혼란을 준다. 게다가 검정 바탕에 적색 화살표 표시가 있으면 화살표의 진행 방향이 도드라져 운전자들이 빨리 좌회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3색 신호등 도입에 대한 의견이 분분히 나뉘자 경찰청은 이달 13일에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는 3색 신호등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3색 신호등 도입 찬반에 대한 방청객 여론조사도 실시했는데, 공청회 시작 전에는 찬성이 26명, 반대가 67명, 무응답이 3명이었다. 공청회 후에는 찬성이 48명, 반대가 47명, 무응답이 1명으로 찬성이 반대보다 1명 많았으나 반대 인원도 절반에 가까워 섣불리 3색 신호등 도입을 결정하지 못했다. 결국 경찰청은 고민 끝에 16일 3색 신호등 사업을 무기한 보류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3색 신호등 사업이 백지화 되면서 신호등 교체비, 연구용역비, 홍보비 등으로 사용된 10억 원의 예산이 낭비됐다.
  시민들의 의견수렴과 제대로 된 홍보 없이 추진한 3색 신호등은 결국 시범운영 한 달 만에 물거품이 됐다.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거두지도 못했는데, 시민의 세금으로 추진하는 정책인 만큼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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