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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과 지진을 대하는 자세
2017년 12월 06일 (수) 16:29:40 박병일 아시아투데이 사회부 차장 ddpress@dongduk.ac.kr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 지진을 관측한 이후 발생한 지진 중 지난해 9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포항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3~7㎞로 매우 얕았고, 도심 인근에서 발생하면서 그 파괴력은 경주 지진보다 몇 배 이상 컸다.
1000명이 넘는 이재민과 90명이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3만 세대에 달하는 주택과 235개 학교가 피해를 입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현재까지도 지진 피해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모든 역량을 기울여 피해복구에 나서고 있다. 포항시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정부차원의 지원을 확대했고, 이재민을 위한 지원서비스와 주택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빠른 생활안정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위험한 시설물에 대한 복구작업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지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우리나라 상황을 볼 때 정부의 이번 지진 대응 시스템은 기대이상으로 신속하게 돌아가고 있다. 주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지진방재계획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결과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5년을 주기로 지진방재종합계획을 마련해 개선할 부분과 미비한 부분을 검토·수정해 나가고 있다. 이 종합계획에는 △시설물 내진대책 △지진·지진해일 관측 시스템 운영 △지진발생 시 대응 및 복구 △교육·훈련 등 지진과 관련된 정책방향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경주지진으로 얻은 경험을 반영해 2019년까지 사용될 종합계획을 수정, 내년부터 새로운 종합계획을 시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만큼, 관련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포항지진과 관련해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문제점들도 표출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운영하는 행정안전부와 교육부·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의 협력체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거나, 지진 피해규모 파악이 오락가락하는 등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전국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2019년까지 마무리 하려던 단층조사 또한 더디게 진행되는 등 미흡한 지진 대비 체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포항지진은 우리나라의 지진 대응 시스템의 현주소를 보여준 계기가 됐다. 국민들은 이번 지진으로 더 이상 대한민국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언제 어디서든 강한 지진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생겨났다. 정부는 지진 대응 메뉴얼에는 없는 예상치 못한 현장상황에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의 지진 대응 시스템에 대한 부러움이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고, 정부는 지진관련 정책을 급하게 쏟아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개선하기 위한 의지가 있다는 점이다. 중대본을 총괄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현장에 나가 있는 공무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부족한 것이 많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번 지진으로 기존에 하지 못한 값 비싼 경험을 쌓고 있다. 지진으로 인해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한 것도, 수능연기에 따른 후속 대책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상황도 처음이었다. 지진 피해를 입은 아파트를 철거하고, 주거지를 잃은 주민들을 위한 주거대책도 마련해야 했다. 국민들은 이런 일련의 경험이 다음에 혹시 있을지 모를 대규모 지진을 대비하는 값비싼 보약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정부는 이 믿음을 현실로 만드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들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정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재난훈련에 적극 동참하고 대피요령을 숙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지진 대응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도 국민들의 무관심은 대규모 피해라는 감당하기 힘든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효성 있는 지진 대응은 정부와 국민 어느 한 쪽만의 노력으로 마련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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