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객석이 꽉 찬 연극은 처음 보네요”
  금요일 오후 5시. 통상적으로 7~8시 쯤 연극이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예비 대학생부터 노년의 부부까지 관객층이 다양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놀라운 건 전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다.
  연극 <뉴보잉보잉>은 지난 2002년 초연 후 현재까지 대학로에서 장기 공연 중으로, 바람둥이 성기가 각기 다른 항공사를 다니는 세 명의 스튜어디스와 연애를 하면서 겪는 좌충우돌 코믹 이야기이다. 이름부터 바람둥이 냄새가 나는 성기는 여자 친구들의 비행기 시간을 적어두어 ‘시간표’로 만들 만큼 치밀한 남자다. 그러나 마냥 완벽할 줄 알았던 성기의 시간표도 비행기 지연은 예상하지 못한다. 세 명의 여자 친구가 성기의 집에 모이면서 가정부 옥희와 성기, 친구 순성은 하나가 되어(?) 순발력을 발휘해 ‘연기 아닌 연기’를 펼쳐보이게 된다.
  연극은 성기의 집에 고향친구 순성이 찾아오면서부터 시작한다. 성기는 어수룩한 친구 순성에게 집에 함께 있던 약혼녀 이수를 소개한다. 약혼녀 이수가 비행기를 타기 위해 떠난 후, 성기는 순성에게 자신의 약혼녀가 3명이라고 고백한다. 골 때린다 싶었는데 그것도 잠시, 큰 몸집으로 극장을 쿵쿵 울리며 뛰어다니는 순성과 화가 날 정도로 ‘귀(여운) 척’을 하는 성기의 약혼녀 지수 때문에 관객들은 정신없다. 어디 그뿐이랴. 독한 술 원샷하고 토하기 등 성기의 가정부 옥희가 보여주는 웃음 폭탄에 관객들은 곧 빠져들고 만다.
  전형적인 바람둥이 이야기이지만 시즌 1의 <보잉보잉>부터 현재 <뉴보잉보잉>까지 6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다녀간 이 연극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6개월마다 배우들을 새롭게 캐스팅하여 배우들이 가진 개성과 장점을 살려둔 점을 말할 수 있겠다. 2002년부터 이어져 온 연극으로서 연극․뮤지컬 종합 순위 5위에 드는 기록을 세운 점은 분명 배우들이 각기 다른 매력으로 연기를 펼쳐 보였기 때문이다.
  <뉴보잉보잉>의 진정한 인기 비결은 바로 ‘주고받는 웃음’이다. 극의 이야기는 비록 단순해도 배우들이 선사하는 개그에 관객들은 큰 웃음으로 화답한다. 덕분에 배우들도 연기를 하면서 웃음을 참지 못한다. 배우는 관객에게 웃음을 주고, 관객의 웃음으로 인해 다시 배우들이 웃어 버리는 연극. 그것이 <뉴보잉보잉>이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유이다.
  기자는 연극을 보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약혼녀 혜수의 ‘눈알 뒤집기’처럼 식상한 개그가 웃길 정도로 연극의 분위기는 웃음으로 가득했다. 오죽하면 웃다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을까. 배우들이 자신의 개성과 특기에 맞게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에서는 재미를 넘어서는 배우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관객들의 격렬한 호응에 웃음을 주려고 노력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좋았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배우가 한정되어 있어 아쉬웠다. 물론 옷이 흠뻑 젖도록 혼신을 다해 연기를 한 배우들의 열정은 개그 실력에 상관없이 만점을 주고 싶다.
  연극을 볼 때는 웃음에 파묻혀 “재밌다”라는 말만 되풀이했었다. 그러나 연극을 본 후 생각해 보니 사랑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은 성기가 위기의 상황을 능구렁이처럼 잘 빠져 나온 게 괘씸했다. 성기가 극중에서 “난 세 명의 여자 모두를 사랑해. 한 명이라도 없으면 서운하지”라고 한 말이 가슴에 와 박힌다. 사랑에도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말이 통하는 걸까. 큰 웃음 속에 사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연극이자 열연하는 배우와 지켜보는 관객이 모두 즐거운 연극. <뉴보잉보잉>의 가장 빛나는 주연은 바로 ‘웃음’과 ‘사랑의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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