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던 신입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그녀의 자살이 ‘태움’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병원 밖 사람들에게는 낯선 ‘태움 문화’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라는 의미로, 선배가 후배 간호사를 가르치면서 가하는 폭력을 가리킨다. 이러한 악습은 간호사의 업무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돼있어 엄격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명목 하에 당연한 것처럼 이어져왔다. 그러던 중 최근 의료계의 어두운 실상이 드러나자 폭력을 답습해온 이들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사실 태움은 개인의 인성 문제인 동시에, 의료 업계의 잘못된 구조가 만들어낸 현상이기도 하다.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환자 수에 비해 간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직 서툴기만 한 신입 간호사도 무작정 현장에 투입되고, 이들을 교육해야 할 선배도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게다가 일도 너무 고달프다. 보건의료노조에서 조사한 ‘의료기관 내 갑질문화와 인권유린 실태조사’에 따르면, 휴식시간을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고 응답한 간호사가 54.5%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러한 일터에서 합리적인 교육 시스템이 갖춰질 리 없다.
 
  이처럼 태움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간호사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기 시작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열악한 환경에서 비롯된 폭력은 비단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료계를 시작으로, 모든 직장의 근로 환경이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때다.
한지혜(국어국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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