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평소에 공학 도서관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도서관에서 여학생이 책을 들고 있으면 남학생이 무거우니까 들어준다던가, 공부를 하던 중에 누군가가 건네준 쪽지에 가슴이 설렌다던가 하는 일이 일어날 거라 생각했다. 이런저런 기대를 하며 기자는 우리 학교와 가까이 있는 경희대학교 중앙도서관으로 향했다.
  경희대 중앙도서관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생증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경희대 학생인 친구와 함께 도서관에 갔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우리 학교와 규모의 크기가 달랐다. 도서관 안에는 그리스 신전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커다란 동상도 있었다. 천장에는 대형 샹들리에가 있어 고전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우선 책이 소장돼 있는 자료실로 가봤다. 자료실 책장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책이 가득 꽂혀있었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학생들만 책을 읽거나 공부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꽉 차 있을 것 같은 열람실을 가봤지만 그곳도 학생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중에는 여학생보다 남학생의 비중이 훨씬 많았다.
  친구에게 사람이 왜 이렇게 없냐고 물으니 “시험기간이 아니면 평소에는 공부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도서관만 시험기간에 사람이 몰리는 줄 알았는데 다른 학교의 도서관도 같은 모습이어서 놀라웠다.
  여자들만 있는 우리 학교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지만 경희대에는 여자 열람실이 따로 있었다. 공학 친구들이 한결같이 남학생과 공부하면 외모에 신경을 써야 해서 편하게 공부를 못한다고 하는데 이를 위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닌가 싶다.
  공학 도서관이라고 해서 영화와 같은 달달한 로맨스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공부를 해도 별다른 감정이 안 생긴다는 친구의 말에 공학 도서관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게다가 도서관에는 기자가 생각했던 만큼 훈남(보고 있으면 훈훈해지는 남자)들이 많지 않아서 실망감은 더 컸다. 공학 도서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계신 학생에게 한마디 하자면 도서관은 그냥 도서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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