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A 씨의 하 교수 성추행 고발 대자보

피해자 A 씨, 하 교수와의 통화 녹음본 공개
하 교수 “용변 후 민망함 달래주려 입 맞춰”

  지난 15일, 본교 학생 커뮤니티 사이트인 동감(dong-gam.net)에 하일지(인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 A 씨의 고발 글이 게시됐다. 이는 본교 미투 운동의 촉발제 역할을 했다. A 씨의 고발이 있고 난 뒤 비상대책위원회 및 성윤리위원회가 열렸고, 하 교수의 기자회견도 이뤄졌다. 어떤 이유로 고발하게 됐는지를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본지는 피해자 A 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현재 본교에 재학 중인 문예창작과 13학번 A 학생입니다.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과 내에서 좋지 않은 소문을 들어 직접 해명하고, 억울함을 벗기 위해 고발하게 됐습니다. 그 소문은 제가 하일지 교수님께 사과 메일을 보냈기 때문에 피해자가 아니라는 내용이었죠. 이에 대해 해명을 하자면, 저는 학교에 계속 다녀야 하고 졸업을 꼭 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하 교수님께 사과 메일을 보낼 수밖에 없었어요. 학교에 다니면 어쩔 수 없이 하 교수를 포함한 여러 교수님을 마주쳐야 해서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생활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제 생각과는 다른 내용을 써서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어요. 이성적인 감정이 없었으나 ‘이성적인 감정이 없진 않았다’, 성추행 때문에 휴학했으나 ‘교수님이 학교에 계시지 않아 휴학했다’라는 식으로요. 이 메일을 근거로 제가 피해자가 아니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게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고발하게 됐습니다. 

 

2016년 초에 어떤 일이 있었나요
  저는 교수님을 정말 존경했어요. 서로 문학 얘기를 나누고 식사도 하고, 교수님의 차를 타고 팔당 쪽 강변에 가 함께 걷기도 했죠. 이러한 일이 반복되다 보니 가족과 제 남자친구는 하 교수의 행동이 조금 의심스럽다고 저한테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교양 수업에서 하 교수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을 만큼, 교수님을 믿고 따랐기에 전혀 의심하지 않았죠.


  그러던 중 사건이 일어났어요. 평소처럼 팔당에서 산책하고 식사 및 반주를 한 뒤, 차 타고 집에 돌아가는데 소변이 너무 마려워져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교수님께 말했습니다. 교수님은 가까운 곳에 화장실이 없다며 근처 풀숲에 차를 세우셨고, 저는 차에서 떨어진 곳에서 용변을 보고 있었죠. 그런데 인기척이 느껴져 교수님께 다가오지 말라고 소리치며 당부했어요.


  문제는 볼일이 끝난 후 차로 돌아가는 길에서 발생했어요. 하 교수님은 갑자기 저의 한쪽 팔을 잡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며 입을 맞췄습니다. 당황한 저는 교수님을 밀쳤어요. 교수님을 이성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기에 당황스러웠고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당시 교수님은 갑작스러운 충동에 자기가 실수했다고 얘기했고 가볍게 사과했습니다. 자신이 만났던 여자 중 다른 방면에서는 잘 맞았지만, 속궁합이 맞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다며 저와는 속궁합이 맞을 수도 있다는 등의 말을 갑자기 늘어놓기도 했죠. 

 

그 후로 어떻게 지냈나요
  그 일이 있었던 후, 저는 손목을 긋기도 하고 부엌칼로 배를 찌르며 자해를 했어요. 3층 집에서 밖으로 뛰어내리는 등의 위험한 행동을 해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 입원한 적도 있었죠. 본래 우울증이 있어 약을 먹고 있었는데, 술 없이는 버티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상태에 이르러 육체,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이 계속됐어요. 

 

하 교수가 입을 맞췄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나요
  2016년 3월 10일에 녹음한 하 교수와의 통화 녹음본이 있어요. 해당 녹음본에서 하 교수는 입맞춤한 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죠. 키스를 한 건 사실임을 묻는 제 말에 “그래. 미안하다. 네가 내 문학에 대해 이해해서 고맙고, 사랑스럽고 우정을 느껴서 그랬다”라고 답했어요. 또한, 음란한 마음이 아니라, ‘용변을 본 후 얼마나 민망할까’라는 생각에 제 쑥스러움을 달래고자 입을 맞췄다고 했죠.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거부 반응이 컸다고도 했어요. “현재 진심으로 굉장히 후회하고 있고 (너한테) 사과하고 있고, 다시 (입맞춤을) 안 하겠다고 약속했다”라고 말했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았나요
  요청했었죠. 사실 전공 교수님 2명께도 도움을 요청했었어요. A 교수는 학내 상담센터가 있을 테니 그곳에 가보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B 교수는 선을 딱 그어버렸고 비밀을 보장해주지도 않았죠. 학과 친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받아주지 않아 괴로웠어요.

 

당시 학교 측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하 교수는 여러 차례 자신의 권력을 드러냈어요. 제가 옆에 있을 때 총장과 여러 번 전화 통화를 했고, 본인이 차기 총장이니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죠. 이러한 말을 들으니 학교 상담센터에 신고하더라도 ‘징계가 제대로 내려질까’라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총장이 징계를 결정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학교 측에 신고하지 못하고 2년간 혼자 끙끙 앓았어요. 

 

이번 폭로를 통해 바라는 게 있다면요
  우선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뜻을 함께해줘서 정말 감사하고, 계속해서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제가 바라는 것은 하 교수의 파면입니다. 다시는 강단에 서지 않게끔 하면서 하 교수가 죗값을 치르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해요. 하 교수가 파면돼 제가 학교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많은 분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하 교수와의 녹취록 공개>
※ 피해자 A 씨의 동의하에 위에서 언급한 하 교수와의 통화 녹음본의 일부 녹취 기록을 공개합니다. 완전한 문장을 작성하기 위해 부분적인 수정이 이뤄졌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편의에 따라 하 교수는 H, 피해자는 A로 표기하겠습니다.


A: ‘너가 사랑스러워서 (입맞춤을)한 거다’라고 하셨는데, 너는 왜 그러냐?(라고 하셨잖아요)
H: 그거는 그래. 그거는 사실이지만,
A: 키스를 한 건 사실이잖아요. 제가 상처를 받았고요.
H: 그래. 그러면 미안하다.
A: 저는 교수님을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교수님은) 제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던 분이셨어요.
H: 나도 그 순간 네가 내 문학에 대해 이해해서 고맙고 사랑스럽고 그래서 그랬다.

 

H: 그때 내가 사과를 했어요. 다시는 (입맞춤) 안 하기로 약속했잖아.
A: 교수님이 그때 사과를 했지만, ‘사랑스러워서 한 건데 너는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냐?’ 이런 입장이셨잖아요?
H: 어쨌든 그럼 미안하고, 내가 지금 공식적으로 너한테 사과하고 이 문제에 대해 너한테 미안하게 생각한다.

 

A: 키스를 한 거는 인정하는 거죠?
H: 했지. 그 점에 대해 후회하고 있고 사과하고 있고, 그렇게 다시 안 하겠다고 약속했지. 그 뒤로 안 했고. 그런데 네가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말을 한 것은,
A: 제가 다른 사람한테 말했나요?
H: 어. 했어.
A: 누구한테요? 000?
H: 걔도 나를 보는 눈이 좀 달라졌다. 또 골치 아픈 것은 너 그걸로 해서 나 한 사람이 박살 나는 건 좋은데, 과 분위기마저 완전히 망쳤다.
A: 그건 교수님 잘못입니다.
H: 그건 인정한다. 인정하는데 네가 그것에 대해 나한테 너무 가혹하게 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A: 그럼 어떻게 하면 덜 피해가 갈 수 있을까요?
H: 네 머릿속에서 지워라.

 

H: 나는 단순히 너를 문학적 동지라고 생각하고, 키스라고 하니까 성적 관계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유럽에서는 키스가 별것도 아니잖아.
A: 저는 한국 사람입니다.
H: 물론 그렇지. 나는 그때 너하고 같이 흔쾌히 우리가 술을 먹었잖아. 그리고 난 그 순간 너한테 우정을 느꼈다고. 우정의 표현이었던 것은 맞아.
A: 키스를 하셨다는 것은 한국 정서에 의해 아주 잘못된 일입니다.
H: 그게 너한테 정신적으로 크게 상처를 준 거라고 한다면 벌을 받으면 돼.

 

H: 내가 한 일에 비교하면, 너의 복수가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A: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H: 네가 범죄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해라. 그럼 내가 다 감수하고 교단도 떠나고 그러고 싶다. 나는 교단을 떠나면 그만이야. 그리고 제자한테 이런 얘기 듣고 있는 것도 비참해. 나 자신도 창피하고.

 

A: 교수님이 받는 고통보다 제가 받는 고통이 더 큽니다.
H: 나는 너하고 생각이 조금 다르긴 하다. 나는 너한테 음란한 마음이나 그런 기분도 아니고 귀여워서 그런 거지. 그리고 나는 ‘네가 오줌을 누고 얼마나 민망할까?’(하며) 쑥스러움을 달래주려고,
A: 하지만 사랑스러운 마음에 키스하셨잖아요?
H: 사랑스러워하는 게 죄냐?
A: 키스를 하셨다는 게 중요한 거죠.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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