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지 교수의 공개 사과를 외치는 100여 명의 학생

“나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
“사과하거나 발언 철회할 마음 없어”

  미투 운동을 비하했다는 논란과 성추행 파문에 휩싸인 하일지(인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가 지난 19일 오후 2시에 백주년기념관 1층 중앙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1시 반 무렵이 되자 각 언론사의 소속 기자들이 본교 백주년기념관에 모여들었고, 학생들은 중앙홀 곳곳에 대자보를 붙이면서 긴장감을 연출했다. 2시가 지나면서 하일지 교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메라의 셔터가 터지고 마스크를 쓴 100여 명의 학생은 ‘하일지 교수는 공개 사과하라’, ‘하일지 OUT’이라는 문구의 피켓을 들며 교수를 향해 사과하라고 소리쳤다.
 

  하 교수는 준비한 입장서를 꺼내 읽었다. 그는 최근 미투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례하고 비이성적인 도발을 받게 됐다고 했다. 미투 운동을 조롱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하 교수는 수업 중 발언 일부분이 악의적으로 유출돼, 선정적인 보도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문학 교수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게 학생에게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오늘부터 강단을 떠나 작가의 길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이후 기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기자들은 성추행 의혹에 대해 여러 차례 물었지만 하 교수는 보도자료를 참고하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기자회견 전, 하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성추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강제적으로 입을 맞췄다는 A 씨의 주장에 “‘강제성’이라 하면 그야말로 완력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키스는 급습한 것이다. 그걸 강제성이라고 한다면 강제성이 있다고 하겠다”라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는 피해자 A 씨와 주고받은 메일 내용만을 보여주며 의혹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A 씨가 보낸 메일에는 하 교수에 대한 이성적인 마음이 없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A 씨는 정상적인 학교생활과 졸업을 위해 자신의 속사정과는 반대로 메일을 썼다고 이미 반박한 바가 있다. 한 기자가 이 사실을 기자회견 중 하 교수에게 전달했고 그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하 교수는 답변하기 힘들다며 회피했다.


  성추행 의혹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들이 재차 질문하자, 하 교수는 △피해 내용이 사실인지 △피해자의 감정이 진실한지 △피해자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성추행이 진실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고 하 교수는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논란이 됐던 발언에 대해 하 교수는 “피해자의 자기 고백에 대해 우리 사회는 평가 및 검증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다”라고 전했다. 교수는 이날 학생들에게 소리 지르는 게 아니라, 토론해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한편, 하 교수는 이날 사과할 마음이 없다고 단호히 말해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그는 수업 중 한 발언 때문에 학생들에게 사과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사과를 강요받아 굉장히 억울하고 힘들다고 전했다. 덧붙여 이 사안에 대해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권의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이고, 자신이 그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피해자라고 주장해 학생들의 야유를 받았다.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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