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해자다”
  지난 19일,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하일지(인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회견에서 자신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라고 얘기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하 교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한 학생과 대치하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한편, 본지는 이번 사태의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피해자 A 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관련기사 2, 3면

 

조찬식 교수 “이번 학기 중 조속한 시일 내 사퇴”
하일지 교수의 성추행 의혹에 본교 진상조사위 출범

 

  지난 2월 22일, 우리 학교 문헌정보학과(이하 문정) 홈페이지에는 조찬식(사회과학대학 문헌정보학과)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 ㄱ 씨의 글이 게시됐다. 졸업생 ㄱ 씨는 9년 전 조 교수가 교수연구실에서 껴안고, 입맞춤하려 해 겨우 빠져나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 교수가 여행을 가거나 애인을 하자며 연락했다고 말했다.


  이에 다음 날인 23일, 문정 교수들이 모여 내부 회의를 진행했다. 문정 교수진은 과 학생들의 의사에 따라 조 교수의 거취를 결정하기로 했다. 조 교수도 이에 동의했고, 문정 학생회는 지난 19일부터 과 학우를 대상으로 이틀간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는 조 교수의 거취에 대한 의견을 한 줄로 작성해 행사하는 방안으로 이뤄졌다.


  지난 20일에 발표된 투표 결과, 조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학생의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징계를 내리기 위해서는 학과 차원이 아니라, 학교에서 마련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조 교수는 이미 해당 사건으로 과거 감봉 3개월이라는 징계를 받기도 했기에 사실상 파면은 힘들 것으로 보이며 지난 22일, 문정 교수진은 조 교수가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4일 하일지(인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가 수업 중 미투 운동을 조롱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수업에서 하 교수는 김유정 소설가의 『동백꽃』을 ‘동네 처녀가 총각을 따먹는 이야기’, ‘(처녀가) 총각을 성폭행, 강간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으며 “이 총각은 미투해야 되겠다”라고 말해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하 교수는 안 전 지사의 성폭행을 고발했던 피해자 김지은 씨를 지칭하며 이혼녀는 처녀와 달리 욕망이나 욕정을 견디기 힘들다고 발언했다. 이에 문예창작과(이하 문창과) 학생회는 15일, 하 교수를 규탄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학생들은 그가 미투 운동을 조롱하고 성폭력 피해자에게 언어적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더불어 하 교수에게 공개적인 사과와 그에 따른 책임을 요구했다.


  이 같은 논란으로 학내 분위기가 고조되던 15일, 하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재학생 A 씨의 고발 글이 본교 학생 커뮤니티인 동감(dong-gam.net)에 게시됐다. A 씨는 2016년 초, 하 교수가 갑자기 자신을 끌어당겨 강제로 입을 맞췄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A 씨의 폭로로 학내 곳곳에는 하 교수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고, 많은 학우가 피해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지난 19일에는 하 교수와 총학생회(이하 총학)의 기자회견이 각각 2시, 6시에 진행됐다. 하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자진 사퇴의 뜻을 밝혔고 이날 사표를 제출했다. 총학은 하 교수의 사과와 파면을 요구했다. 한편, 하 교수의 징계를 요구하는 본교 교수 25인의 성명서가 22일 발표되기도 했다.


  성추행 의혹이 이슈화되자, 본교는 16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열었다. 비대위에서 교직원들은 하 교수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여러 논란을 인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19일에는 성윤리위원회가 개최됐다. 이후 본교는 더욱 구체적인 진상 조사를 위해 특별위원회인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를 꾸렸다. 22일에 진상조사위 위원들이 모두 선정됐고,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착수됐다. 또한, 오늘부터 하 교수와 피해자 A 씨에게 조사를 위한 진술을 요구할 계획이다.


  진상이 파악되면, 진상조사위는 진상조사결과보고서를 제작한다. 해당 보고서에는 교수와 피해자 A 씨의 진술은 물론, 진상조사위에서 논의한 징계 여부 및 수위도 담길 예정이다. 징계에 대한 작업은 본래 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가 도맡아 하지만, 진상조사위가 징계위의 역할까지 맡아서 진행하므로 추후 징계위는 열리지 않는다. 진상조사결과보고서가 바로 총장에게 전달돼 징계에 대한 최종 결정이 이뤄질 계획이다. 총장의 결정은 마지막으로 법인 이사회에 회부돼 승인 단계를 거친다.


  현재 하 교수의 사표는 수리되지 않고 있다. 이는 징계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보류된다. 과연 하 교수가 파면을 당하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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