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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말,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리틀 포레스트>가 개봉됐다. 영화는 고단한 도시의 삶에 지쳐 고향으로 내려온 주인공 ‘혜원’이 농촌에서 여유롭게 쉬어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쉬어감을 통한 힐링

  <리틀 포레스트>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바쁜 사람들에게 힐링을 주는 영화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편안하고 잔잔한 분위기의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공감과 위로를 끌어냄으로써 감정적인 힐링도 선사한다.


  먼저 <리틀 포레스트>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했다. 감독은 최근 대부분의 20대 청춘이 겪고 있는 취업난의 실상을 영화 속에 그대로 녹여내 관객으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혜원’이 편의점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모습은 취업 준비에 지친 청춘의 단면을 보여준다. 아울러 직장 스트레스가 심한 현실의 모습도 영화 속에 잘 드러냈다. 혜원의 친구인 ‘재하’와 ‘은숙’은 상사에게 구박을 받거나, 술자리에서 상사의 비위를 맞춰준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 영화는 직장인 관객들 역시 짙은 동질감을 느끼게 해 본 스토리에 더욱더 몰입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푸른 숲과 맑은 하늘 등 고즈넉한 농촌의 여러 풍경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힐링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예컨대, 더운 여름날 계곡에서 다슬기를 잡거나 마을 어르신들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장면 등이다. 바쁘고 매연이 많은 도시에 지친 관객이 그와 대조되는 영화 속 농촌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며 간접적으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리틀 포레스트>는 관객에게 교훈을 준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영화는 바쁜 와중에도 자신의 삶을 성찰하라는 메시지를 준다. 혜원은 바쁜 도시가 아니라, 농촌에서 1년간 여유롭게 지내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점점 생기를 되찾는 혜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관객에게 잠시 쉬면서 자기 인생을 성찰해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처럼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교훈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박의현 수습기자 jatoigak@naver.com

 


농촌은 행복한 힐링 캠프가 아니다

  3포 세대, 6포 세대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대한민국은 씁쓸한 현실에 놓여있다. 이러한 상황에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청년을 위로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영화 속 특정 장면이 비현실적이라 스토리와 캐릭터 설정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몇 가지 존재한다.


  우선 주인공의 경제력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아쉽다. 주인공 혜원은 혼자 서울로 상경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었다. 그러한 공시생이 1년 동안 오직 농사에 몰두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20, 30대의 경제력을 비추어 보았을 때, 별도의 추가 노동 없이는 무언가를 지속해서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20, 30대의 청년은 자신의 상황과는 대비되는 캐릭터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또한, 등장인물이 일반적이지 않아 공감하기 쉽지 않다. 대부분 청년은 주인공들의 상황처럼 농촌에 친인척이 있지 않아 쉬고 싶을 때 언제든 갈 수 있는 농촌이 없다. 영화를 보는 젊은 도시인은 자신의 처지에서 이룰 수 없는 것을 성취하는 캐릭터를 보며 치유 받고 공감하기보다는 오히려 박탈감을 느낄 우려가 있다.
농촌의 단편적인 모습만 담은 점도 문제다. 이 영화는 농촌의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긍정적이고 활기찬 모습만을 보여주는 ‘농촌 판타지’에 가깝다. 실제 농부는 폭우로 인해 농산물이 큰 피해를 받았을 때, 경제적 타격이 커 상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재하는 사과나무가 비로 인해 썩었는데도 아무렇지 않아 하며 사과 잼을 만들면 된다는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농촌의 모습을 왜곡해서 보여주는 스토리 전개는 농촌 생활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에게 농촌에 대한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


  농촌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모습처럼 그저 여유로운 유토피아가 아니다. 이 영화는 농경 생활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데 기여하겠지만, 스토리와 캐릭터 설정의 측면에 있어서 현실적이고 양면적인 부분을 다루는 세심한 연출이 요구된다.

임나은 수습기자 dong7733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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