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에게 '사퇴'할 자격을 허락하지 않는다

  4월이면 벚꽃이 만발하는 ‘민주’광장은 교내의 작은 명소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선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설렘이 무색하리만큼, 미세먼지로 가득한 하늘이 광장의 봄을 흩트려 놓고 있다. 하일지 교수가 전공필수 과목인 ‘소설이란 무엇인가’ 강의에서 저지른 만행처럼 말이다.


  하 교수는 해당 강의에서 성폭행 사건의 생존자를 직접 언급하며 만약 보상이 있었다면 그녀가 언론에 나서지 않았을 거라고 주장했다. 그리고『동백꽃』작품을 서두로 들며 미투의 본질을 조롱하는 듯한 망언을 쏟아냈다. 이번 사안이 문제시되자, 그는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사회에 던져진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한 것뿐이며 생각할 권한을 막는 것은 변질이라고 해명했다.


  학문의 깊이를 연구하는 대학의 교수가 수십 명의 학생 앞에서 피해자를 우롱하고 미투 운동의 의도를 비하한 사실은 ‘해석의 자유’라는 프레임 안에서 가려질 수 없다. 해석과 표현이라는 자격으로 난도질할 수 있는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교수는 당시 자신의 의견에 반해 강의실을 나간 학생을 두고서 작가가 아니라 사회운동가가 돼야 한다며 비판했는데, 이것이야말로 생각의 권한을 억압한 행위이다.


  지난 19일에는 하 교수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마련된 자리는 보도 자료를 근거로 한 교수의 낭독회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사과하라는 학생들의 외침에도 그럴 뜻이 없다며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고 불거진 성추행 혐의도 끝내 묵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수로서의 명예가 더럽혀졌다며 강단에서 내려와 작가의 길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하 교수는 마치 자신을 언론과 학생에 의한 피해자인 것처럼 둔갑시켰지만, 그의 실상은 이성적인 지식인이라고 자위하며 문제 사실을 회피하는 부패자일 뿐이다.


  하 교수의 만행으로 상처받은 이들은 그에게 ‘사퇴’할 자격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마땅히 일련의 발언에 대해 책임지고 사죄해야 한다. 더 이상의 괴변은 자신을 스스로 욕보이는 것과 다름없다. 더불어, “지성과 덕성을 갖춘 여성을 양성하겠다”라고 했던 우리 학교는 앞장서서 그를 단죄해야 한다. 그것만이 본교의 치욕을 회복하는 방법이다. 그 후에야 학내 민주광장에도 화창한 봄이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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