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총회 당일, 준비된 좌석이 많이 비어있다

총장직선제 최대 화두였으나 정족수 200여 명 부족
안건은 전학대회로 위임돼 이달 30일 의결할 예정

  지난 4일, 2018학년도 전체학생총회(이하 총회)가 정족수 미달로 인해 불발됐다. 6시에 운동장에서 시작할 예정이었던 이번 총회의 정족수는 762명이었다. 그러나 당일 참석 인원수는 525명에 불과했다. 재학생의 10분의 1이 총회에 참가해야 한다는 회칙에 따라 이날 총회는 성사되지 않았다.


  총회에서는 △학생참여 총장직선제 △동덕인 요구안 실현이라는 두 가지 안건이 상정될 계획이었다. 우선, 학생참여 총장직선제는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 학생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현재 본교의 총장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후 이사장이 임명한다.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이러한 선출 방식이 비민주적이라는 입장이다. 학내 구성원에는 학생, 교수, 직원 등이 있는데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총장을 뽑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총학은 총장직선제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방안을 두 가지 준비했다. 첫 번째 안은 학생참여 총장직선제 시행을 요구하는 정기집회를 5월부터 매주 화요일에 진행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학생 총투표’를 실시하는 안이다. 학생 총투표란 모든 학생이 총장 후보자의 공약을 비교해보고 각자가 원하는 후보자를 투표하는 방법이다. 투표 결과가 총장 선출에 반영된다는 규정은 없었지만, 총학은 학생의 의견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전달하는 데 의의를 뒀다. 정기집회 혹은 학생 총투표 중 더 많은 학우에게 선택받은 공동행동 안이 채택돼야 했으나 총회가 무산되면서 검토되지 못했다.


  다음 안건은 ‘동덕인 요구안 실현’이었다. 이를 위해 총학과 8개 단과대의 학생회는 대표자로서 학생들의 요구안을 모아 준비했다. 총회 때 얘기하지 못한 총학의 요구안은 △법정부담전입금 100% 납부 △비민주적인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조 개선 △학내 시설 공개 입찰 및 학생 의견 수렴 △학생 무료주차 실현 △통학버스 및 셔틀버스 운행 확대 △경비 인원 확충 △노후한 도서관 시설 개선 △24시간 열람실 개방 △법정 기준까지 전임교원 확보 이렇게 총 9개였다.


  단과대 학생회의 요구안은 △숭인관 시설 개선 △사회과학대 전용공간 신설 △예술대 연습실 증대 등의 매년 반복되는 안부터 △인문관 카페 정상화 △예지관 편의시설 마련 등 새롭게 등장한 안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각 자치 기구의 대표들은 총회의 무대에 올라서지도 못한 채 집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총회가 무산되자 많은 학우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윤혜령(큐레이터 15) 씨는 “대다수 학생이 총장직선제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해 안타깝다. 총학이 열심히 준비하고 홍보했으나 학생들이 다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박예빈(국사 17) 학생은 “총장직선제는 당장 시급한 안건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학생의 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꼭 이뤄져야 하는 중요한 제도다. 학생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했는데 총회가 무산돼 정말 아쉽다”라고 전했다.


  총학생회장 박종화(국사 16) 씨는 총회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결국 총학과 단과대 학생회 등 대표자들의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박 씨는 총장직선제가 지난해 ‘학과통폐합’의 사안보다는 학생들에게 더 와 닿지 않을 수 있는데, 더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보에 대한 아쉬움도 보였다.


  한편, 총회가 성사되지 못한 건 4년 만의 일이었다. 2014년에도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인원수가 모자랐어도 채워질 때까지 총학과 학생들이 현장에서 2시간가량 기다렸다. 하지만 정족수는 채워지지 않았고 결국, ‘임시총회’로 전환해 준비한 행사를 마쳤다. 임시총회는 총회의 정족수가 차지 않았을 때 임시로 열리는 총회다. 찬반 표결로 의결하는 총회와 달리, 과반수로 안건을 의결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올해 총학은 정족수가 채워지길 몇 시간 동안 기다리지 않았고 임시총회도 열지 않았다. 시작한 지 30분이 좀 지나고 박종화 총학생회장은 총회 불발을 알렸다.


  임시총회를 성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박 씨는 “회칙에 따르면 총회가 성사되지 않을 때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 위임해 그곳에서 안건을 의결한다. 그래서 학우들이 모여 있을 때 전학대회로 위임한다고 전했고 동의를 얻었다. 또한, 임시총회에 대해 따로 전해 들은 얘기가 없었기 때문에 회칙을 따랐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참여 인원이 정족수에 한참 미치지 못했고, 인근에도 사람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더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총회를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이에 총학은 이번 달 30일 임시전학대회를 열어 총회를 위해 준비했던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전학대회는 △총학 △단과대 학생회 △학과 학생회 △학생복지위원회 등 학생 자치 기구의 구성원이 모여 이뤄진다. 전학대회의 총인원인 250명 중 2분의 1 정도가 참석해야 안건을 의결할 수 있는데, 박 씨는 지난달 21일에 이뤄진 상반기 전학대회에 참석자가 많이 왔기 때문에 이번 전학대회도 무사히 성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학대회에서 총장직선제를 위한 공동행동 안이 정해지면, 총학은 다음 달부터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박 씨는 “총회가 무산되기는 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 일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학생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학우들이 늘었다. 총학도 이번 일을 발판 삼아 진정한 민주동덕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활동하겠다”라고 전했다.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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