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세 플라스틱 오염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세계 각국이 충격에 빠졌다. 지난달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연구진은 ‘에비앙’, ‘네슬레 퓨어 라이프’ 등 세계적인 브랜드 생수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일부 생수에서는 육안으로 보일 만큼 입자가 큰 플라스틱 알갱이가 발견됐다. 독일 연구진은 지난 4일 유기농 비료에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포함돼 있다는 논문을 공개했고, 지난달 30일 국내에서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굴·바지락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먼 바다에서만 발견됐던 미세 플라스틱이 어느새 우리 식탁까지 위협할 정도로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지름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를 말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최근 들어서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오염 규모와 피해 상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인체 유해성에 대한 연구 논문도 거의 없다. 다만, 미세 플라스틱도 미세 먼지처럼 입자가 매우 작아 동물과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세 먼지가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몸 깊숙이 들어가 각종 폐 질환을 일으키듯 미세 플라스틱도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의학 전문가들은 물에 잘 녹지 않는 독성 물질이 미세 플라스틱 표면과 잘 결합하기 때문에 사람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미세 플라스틱은 세안제나 화장품보다, 일반 플라스틱 제품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계곡에서 버린 페트병은 바람에 깎이거나 강한 햇빛에 녹아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고, 폴리에스테르 등의 합성 섬유로 만든 옷은 세탁할 때마다 1kg 당 수십만 조각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한다. 이 작은 알갱이들이 땅 속에 스며들고 생수를 얻는 수원지(水源地)까지 유입되는 것이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도 않는다. 


  결국, 미세 플라스틱 발생을 줄이려면 평소 플라스틱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 페트병이나 테이크아웃 용기 등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정부 정책도 불필요한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고, 재활용 산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미세 플라스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최인준 조선일보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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