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취업 ‘장수생’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만약 구직의 기회조차 오지 않는다면? 막연한 우려인 듯한 이 고민은 우리의 가까운 미래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요즘 전 세계에서 로봇세 도입 문제가 일자리와 관련해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1994년 아르헨티나 대통령 카를로스 메넴이 “기업들이 최신 설비를 도입하면서 실업률이 높아졌으니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 교육 및 실직 수당을 위해 로봇세 도입을 고려해 보겠다”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시작된 로봇세 도입은 아직까지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로봇세 도입을 반대하는 가장 대표적인 집단인 ‘로봇 연맹’은 로봇세의 대상이 되는 로봇의 정의가 불분명하고, 이중과세를 야기할 것이며 혁신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로봇의 정의가 불분명하다고 해서 정의를 내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2017년 유럽 의회가 로봇에게 ‘전자 인간’이라는 지위를 부여하면서 사실상 로봇을 또 다른 인간으로 정의했다. 또한, 로봇에게 부과한 세금이 이중과세라는 말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매사추세츠공학대학교와 보스턴대학교 연구진이 2017년 산업용 로봇 1대가 6명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결과를 발표했는데, 실제로 2015년 2만 명이 근무하던 중국 공장은 로봇이 투입된 뒤 100명만이 남았다. 이처럼 인간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전자 인간’이라는 권리를 얻은 로봇은 인간이 납부해 왔던 세금을 내야 할 의무 역시 지녀야 한다. 실제로 현행 부가가치 세법에 따르면, 무인자동판매기가 위치한 장소는 사업장으로 보고 기계에도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로봇을 소유한 사람이 수익은 몇 배로 올리면서, 세금을 내지 않아 자본을 축적하기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어두운 부의 재생산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로봇세 도입이 혁신을 방해한다는 말에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다. 로봇세 도입은 사회적 ‘혁신’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의 ‘무분별한 확산’을 저지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먼저 직업 전향 교육을 제공하고 적절한 복지가 이루어진 후에 로봇세를 점차 낮춰야 한다. 그 후 인간이 설 자리가 제대로 보장돼, 로봇세가 아예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인간과 기계를 모두 고려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로봇세 도입은 사회에 불필요한 혼란을 막기 위해 선행돼야 하는 과제이지, 사후 대책으로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유향주(문예창작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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