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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논란으로 열린 진상조사위, 어디까지 왔나
2018년 05월 23일 (수) 15:23:09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본관 1층 유리문에 하일지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수많은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지난달, 하일지(인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가 성추행 피해를 주장한 A(문예창작 13) 씨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협박으로 고소했다. 하 교수는 “어떤 명분으로도 이 나라 사법질서를 무시한 채 익명 뒤에 숨어 한 개인을 인격 살해하는 인민재판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라며 고소 계기를 밝혔다.

 

비대위 개최한 학생들, 하 교수 파면 요구해
  학생들은 이러한 고소 사실을 듣고 분노했다. 본교 학생 커뮤니티인 동감(dong-gam.net)에는 하 교수의 고소 사실을 비난하는 글이 수차례 게시됐고, 많은 학우가 댓글을 달며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이후 총학생회의 주도하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지난달 27일 ‘H 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구성됐다. 비대위는 △하일지 교수 규탄 △피해 학생 보호 △동덕인 공동행동 진행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규정 신설 △진상조사위원회 학생참여 보장 △학생참여 인권센터 설립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걸음으로 비대위는 지난 9일 ‘하일지 교수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피해자 보호를 요구하는 동덕인 포스트잇 공동행동’을 기획했다. 이날 본관 1층 유리문 앞에는 수많은 학생이 작성한 포스트잇이 붙었다. 수십 개의 포스트잇을 관통하는 단어는 ‘파면’이었다. ‘하일지 파면’ 혹은 ‘하일지 OUT’이라고 적힌 포스트잇이 가장 많았고, 하 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문구도 많이 보였다.


  지난 10일에는 비대위가 학내 곳곳에 대자보를 붙였다. 성추행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열린 본교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가 제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비대위는 진상조사위가 A 씨에게 진술을 위한 출석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소를 당한 학생 A 씨를 위해 학교 차원에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아 A 씨가 자발적으로 법률 자문을 구하고 있다며 호소했다. 

 

진상조사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 기다릴 예정
  A 씨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학교 측의 성희롱·성폭력 상담실(이하 상담센터)에 피해 신고를 한 것은 지난 3월 15일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진상조사위 회의가 진행된 날짜는 피해 접수가 이뤄진 지 한 달이 넘은 4월 18일이었다. 회의가 늦게 열린 이유를 묻자, 이민주 학생처장은 진상조사위 위원을 구성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 위원은 내부위원 3명과 외부위원 1명으로 나뉘는데, 위원으로 나서겠다는 교수가 없었기 때문에 내부위원 3명을 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울러 외부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는 데도 시간이 소요돼 4월 둘째 주가 돼서야 진상조사위의 위원이 모두 선정됐다. 


  학생처 측에 따르면, 현재 진상조사위는 A 씨의 피해 접수 내용과 A 씨가 상담센터에서 상담원과 나눈 내용을 서류를 통해 접한 상태다. 이후 진상조사위 차원에서 각각 두 사람에게 대면조사를 요청해야 하지만, 이 처장은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본 사안에 대해 진상 조사를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진상조사위가 조사를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인권위가 조사를 진행하면 추후 학교에 징계 수위를 결정해 전달할 것인데, 학교가 그보다 먼저 약한 수위의 징계를 내렸을 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학교 차원의 진상 조사를 멈추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가족부 지침에는 ‘내부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이 국가인권위원회 등 다른 기관에 접수되거나 처리 중인 경우에 조사를 중지할 수 있음’이라고 명시돼있다. 인권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 심각하다고 판단하면 검찰에 고발할 것이고 아니면, 징계 여부 및 수위를 포함한 인권위 조사 결과를 학교에 통보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이에 학교는 현재 인권위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해당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행정 처리를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처장은 A 씨가 원한다면, 진상조사위가 조사를 진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희롱·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학교 측의 조치 
  이어 고소를 당한 학생을 위해 학교 측에서 법률적으로 도와줄 방안이 없는지를 물었으나, 이 처장은 학교가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 중립적인 역할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한쪽만 도와주는 행동을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더불어, 학생 참여 인권센터에 대해서는 학생처에서 논의를 진행했으나 지금 진행하고 있는 진상조사위 일이 더 급하다고 생각해 학생 참여 인권센터에 대한 검토가 현재 추진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현재 다른 학교도 학생 참여 인권센터에 대해 고민이 많은 만큼, 타대학의 사례를 지켜본 후 그것에 맞춰 벤치마킹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처에서는 세 가지 조치를 취했다. △성윤리 강령 개정 △학교 홈페이지 팝업창 공지를 통한 성희롱·성폭력 피해 상담신청 안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의무화다. 본교의 성윤리 강령에는 성희롱·성폭력은 물론 어떠한 성차별적 행위나 발언도 용납할 수 없다는 내용이 구체화됐다. 아울러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할 때, 이를 이수하지 않은 교수에게는 매 학기 진행되는 교수 업적평가에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학교가 이러한 변화 방안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결국 진상조사위가 조사를 이어나갈지 혹은 인권위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며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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