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지구대 우길 경사(34)가 본교 지도를 가리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여성전용 원룸 훔쳐보던 ‘검정마스크’ 검거
출입문, 방범창, CCTV의 철저한 관리 필요해

  지난달 월곡 원룸촌을 혼란에 휩싸이게 했던 이른바 ‘검정마스크’가 검거됐다. 검정마스크를 착용한 30대 남성 A 씨는 여성전용 원룸에 몰래 들어가 창문으로 원룸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일삼았고 학생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10일, 원룸촌 주변을 지나던 월곡지구대의 우길(34) 경사에 의해 A 씨가 검거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우 경사는 A 씨를 주거침입 혐의 3건으로 입건했고, 현재 종암경찰서 형사팀이 A 씨에 대한 자세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긴박했던 검정마스크 검거 이야기
  사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막을 알기 위해 월곡지구대 우길 경사를 찾아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3월 초 한 학우의 신고로 시작했다. 3월의 어느 날, 밤늦게 집에 귀가하던 학우 ㄱ 씨는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큰길로 빠져 10분가량 배회하고 근처 카페에서 30분 이상 머물러보기도 했지만, 검정마스크를 쓴 남성은 계속해서 자신을 따라왔다. 그래서 ㄱ 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A 씨에 대한 인상착의나 신체조건 등 구체적인 정보를 경찰에 전달했다.   


  몇 주 뒤 3월 말이 되자, 검정마스크를 쓴 남성이 여성전용 원룸에 들어와 방 안을 엿본다는 신고가 3일 연속으로 들어왔다. 이에 우 경사는 CCTV를 봤고, 해당 인물이 3월 초에 신고 들어온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CCTV를 계속해서 돌려보며 범인의 검정마스크, 모자, 신발 등을 파악했고 키와 체격 등의 신체조건도 눈여겨봤다. 


  그렇게 약 10일 정도 흐른 4월 10일, 우 경사는 범인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차 타고 퇴근하던 길에 월곡 원룸촌 주변을 돌아봤다. 그러다 기존에 파악해놨던 범인의 모습과 상당히 비슷한 사람을 발견해 차에서 내린 후 따라갔다. 체격과 걸음걸이가 CCTV 속 모습과 거의 똑같았고, 모자와 신발도 영상 속의 것과 일치했다.

 
  우 경사는 무조건 검거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200m가량 A 씨와 대치하며 따라갔다.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A 씨를 쫓아가면서도 순찰차를 요청하고 팀원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공유했다. 우 경사는 계속 따라가다, 검정마스크를 꺼내 쓰는 A 씨를 본 후 그가 지금까지 찾던 범인임을 확신했다. 이후 우 경사는 A 씨에게 다가가 경찰임을 밝히고 신분증 확인을 요청했다. 그런데 A 씨가 갑자기 도주했고 100m가량 추격전을 벌인 끝에 결국 A 씨를 검거했다.


  A 씨는 처음 발뺌했으나 여러 증거가 이미 존재한다는 경찰의 말에 결국 자백했다. 엿보기만 했을 뿐 다른 성범죄를 저지르려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지만, A 씨는 성범죄 전과도 갖고 있었다. 자칫하면 더 큰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우 경사는 “A 씨를 검거해 심각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10일 넘게 검정마스크를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는데, 결국 해내서 뿌듯하기도 하다”라며 범인을 검거한 소감을 밝혔다.

 

원룸촌이 당면한 문제의 원인과 대응책은 무엇인가
  검정마스크가 여성전용 원룸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원룸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대다수의 원룸은 세입자 혹은 배달부의 편의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창 옆에 기재해 놓는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범죄를 유발하는 위험한 행위다. 따라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비밀번호는 외부인에게 노출하지 않아야 하며 정기적으로 비밀번호를 교체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비밀번호를 누를 때 남이 보지 않게 가리는 행위도 중요하다.


  다음으로 원룸의 방범창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 1층은 노출이 쉽기 때문에 무조건 방범창을 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세입자 입장에서는 답답해서, 원룸업자 입장에서는 돈이 더 들어서 실제 방범창을 달지 않는 곳도 많다. 하지만 방범창이 없다면 누군가 창문을 통해 엿보는 일이 일어나기에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1층 창문에는 방범창을 꼭 달아야 하고 원룸에 입주할 때도 방범창이 달렸는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방범창이 있지만 그것이 튼튼하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한다. 앞서 검정마스크를 마주쳤던 ㄱ 씨가 사는 원룸에도 방범창이 달려있기는 하지만, 손을 잡고 흔들면 흔들릴 정도로 방범창이 약하다. ㄱ 씨는 “세입자를 위한 보여주기식 방범창이 아니라, 정말 튼튼한 방범창이 원룸가에 모두 마련됐으면 좋겠다. 방범창을 달아야 한다는 규제가 생기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원룸의 방범창이 약한 힘에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CCTV는 어떤 실정일까. 현재 CCTV를 설치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CCTV가 없는 원룸이 많고, 있어도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고장 난 곳이 적지 않다. CCTV가 없으면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범행 현장을 기록으로 남길 수 없어, 범인 검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므로 원룸업자가 CCTV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제가 생긴다면, 원룸촌이 안전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학생들은 CCTV와 방범창이 제대로 돼 있는지 확인하고 입주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경찰, 학생, 원룸업자가 함께 노력해야 이뤄지는 원룸촌 안전
  경찰은 현재 원룸촌의 순찰을 강화했고, 안전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길 경사는 첫 번째로 시민의 요구에 따라 순찰지를 반영하는 ‘탄력 순찰’ 시스템을 소개했다. 시민들이 ‘순찰 신문고’라는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원하는 순찰 지역과 시간대 등을 등록하면, 경찰이 이러한 정보를 수합해 수요에 맞는 순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여성 안심 귀가서비스’가 있다.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을 위해 경찰이 동행하거나 순찰차로 집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다. 이러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다.


  우길 경사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작년에 검거된 상월곡동 바바리맨, 그리고 이번에 검거된 검정마스크 등 학생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잡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을 검거했고 심각하게 번질 수 있는 범죄를 예방했다. 앞으로도 월곡지구대에 있는 한 학생들이 안전한 곳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할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이러한 경찰의 도움과 함께 우리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범죄 예방은 훨씬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출입문에 비밀번호가 적혀있거나 CCTV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일이 어쩌면 지금 당장은 귀찮고 그 효과가 커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곳에 대해 감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 아울러 원룸업자도 방범창을 마련하고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수시로 교체함으로써 지금보다 좀 더 책임감 있게 원룸의 안전을 관리할 수 있다. 이렇듯 경찰과 세입자 그리고 원룸업자가 모두 힘을 합칠 때, 원룸촌 안전의 청신호가 켜질 것이다.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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