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대중은 역사에 대한 다음과 같은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역사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나 인물의 기록이라는 식의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맞물려 역사 학습이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나 인물을 배우는 행위이고, 역사를 잘 안다는 것은 과거의 사건들과 인물들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의미하게 된다.


  이러한 ‘역사’에는 비교적 고정적이고 주어진 역사 지식들만이 난무한 듯하다. 가령 주어진 교과서 내용을 암기·이해하는 것이 위주인 초·중·고에서의 역사 공부는 이러한 면모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사고로서의 역사’가 들어설 자리는 없는 것이다. 사고란 기존의 스키마(도식)로 포착되지 않는 문제 상황에 접했을 때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가설을 수립하고 검증해 나가는 인지적 조작이라고 할 때, 주어진 역사 지식․정보를 이해․암기를 통해 기존의 스키마(도식)에 포섭하는 것 위주의 지적 활동에서 사고적 면모를 발견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흥미롭게도 6차 교육과정 이후로는 역사적 사고력의 함양이 역사 교육의 주요 목표들 가운데 하나이어 왔고, 교과서에도 이 점은 적시되어 있다. 실제적인 역사 학습에서는 사문화되다시피 한 역사적 사고력 함양이 6차 교육과정 이후로 지속적으로 표방되어 온 사실은 역사적 사고력이 실체 있는 무언가이고 중요한 것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유튜브 사이트에서 ‘역사적 사고(력)’를 검색어로 해서 관련 동영상을 찾아보면 이에 제대로 해당하는 동영상은 전무하다시피 한 반면, ‘Historical Thinking(Skills)’을 검색어로 한 관련 동영상은 수적으로도 많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고력의 함양을 목표로 진행되는 실제 수업이 소개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지적 풍토와 달리 구미권에서는 역사적 사고가 중시되고 있는 것이다.


  구미권에서는 정보화 시대가 도래한 이후로 ‘사고로서의 역사’는 보다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정보화 시대에서는 역사 지식․정보가 인간의 머릿속에 저장되어야 할 필요가 대폭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사고로서의 역사’가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대병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막연하게만 언급된 ‘사고로서의 역사’의 일례를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거란과의 전쟁에서 귀주대첩으로 상징되는 대승을 거둔 고려가 종전 후 거란에 사죄를 표명하고 예전처럼 제후국으로 조공을 바칠 수 있도록 요청한 일은 어떠한 스키마로 파악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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