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조작은 포털의 역할이 아니다. 포털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할 때"

드루킹 사태’로 촉발된 화살은 네이버에 집중됐다. 잘못은 ‘드루킹’이 했는데 왜 네이버가 포화를 맞았을까.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어 조작 논란, 기사 재배치, 댓글 조작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뒷짐’ 져왔다. 플랫폼을 제공했을 뿐 네이버가 검색어를 조작한 것도, 댓글을 조작한 것도 아니라는 항변이었다. 과연 플랫폼을 제공한 주체는 잘못이 없는 걸까.

지난해 네이버가 가담해 기사를 재배치 한 사건이 벌어져,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 했다. 이 전 의장은 “유럽이나 중국은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구글에 맞서기 위해 네이버가 저지른 행위를 눈감아 달라 는 메시지로 읽혔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역시 ‘기술기업은 미국의 핵심 자산이며 (페북) 해체는 중국 기업을 강화시킨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문제는 다른 나라 기업에 맞서는 애국주의가 아니라, 데이터가 집중된 회사들이 만들어내는 ‘디지털 독점’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달려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전 의장은 문제의 본질을 비틀었다. 이미 미국에서는 구글, 페이스북을 포함한 디지털 플랫폼의 기술 독과점에 대해 뜨거운 논쟁을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만약 데이터 독점이 민주주의에 해악을 끼친다면, 우리는 이 기업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한국형 포털인 네이버는 뉴스를 메인 화면에 배치해 전재료를 주며 뉴스를 샀고, 이후 수많은 이용자를 유치해 ‘여론 독과점’ 상태가 굳어졌다. 실제로 네이버 하루 방문자는 3,000여 명, 뉴스 이용자는 1,300 여만 명에 달한다. 한국언론재단의 <2017 언론 수용자 의식 조사>에서도 지난 1주 일간 포털별 뉴스 점유율을 보면, 네이버가 66.3%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22.5%였다. ‘포털을 언론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과반인 54.2%가 ‘언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응답했다.

네이버는 댓글 공작, 여론 조작을 해결 하겠다며 뉴스 서비스 개편을 선언했다. 포털에서 기사가 바로 노출되는 방식이 아닌, 언론사 사이트에서 기사를 보게끔 하는 ‘아웃링크 방식’의 변경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뉴스 전용판’을 설치해 인공 지능으로 기사를 배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여론 독점의 근본적인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어쩌면 이미 디지털 독점을 하고 있는 네이버가 스스로 그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 체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이 제 한국에서도 머리를 맞댈 시기가 도래 했다.

임아영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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