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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밖은 위험해? 무엇이 청춘을 집돌이로 만드나
‘홈(home)족 문화’가 보여주는 현실의 피로
2018년 05월 24일 (목) 00:01:30 정덕현 문화평론가 dong773300@naver.com
  2009년에 상영됐던 <김씨표류기>에는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살아가는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인 여자가 등장한다. 영화는 그 여자가 우연히 한강의 섬에 표류된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이 소통하다 만나게 된다는 과정을 담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방콕’하며 대면접촉을 하지 않는 인물의 삶이 부정적이라는 뉘앙스를 전달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 <이불 밖은 위험해>는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 노는 일을 가장 행복한 일로 정의한다. 이른바 ‘홈족’의 삶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들은 긴 연휴에도 집에서만 지내고 혹여 여행을 가도 호텔에서만 머문다. 도대체 무엇이 한 때는 정신병리학적으로 바라보며 부정적인 진단을 내리던 방콕의 삶을 이제는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만든 걸까.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이들은 집 밖으로 나서는 일이 안전하지도 않고 피곤한 일이라고 말한다. 업무나 취업보다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를 더 많이 겪는 회사, 대학 생활을 떠올려 보면 이불 속에서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이제는 하나의 판타지가 된 사정을 공감하게 된다. 집밖의 피로가 집안을 힐링 공간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청춘의 홈족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처한 혹독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른바 N포세대로 불리는 청춘은 집밖으로 나오는 순간, 사회가 규정하고 요구하는 어떤 기준과 틀로 인한 스트레스에 직면한다. 게다가 노력해도 뛰어넘을 수 없는 현실은 청춘이 ‘포기정서’를 형성하도록 이끈다. 그러니 도망치듯 둥지로 돌아온 이 지친 영혼들은 집안에 있는 것이 하나의 생존을 위한 힐링이 된다.
 
  홈족이 이미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돼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는 씁쓸함을 지울 수는 없다. 한창 세상을 경험하고 그 경험들이 사실상 일생을 살아가는 자양분이 되는 시기가 청춘이 아닌가. 홈족의 라이프스타일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하고 싶은 것보다 하지 않고 싶은 것이 더 많아진 청춘들의 현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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