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내부자들>, 드라마 <미생>, <고백부부>. 누구나 재밌게 봤을 이 작품들의 공통분모는 ‘웹툰’이다. 본 작품들은 웹툰을 기반으로 각색을 거쳐 대중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웹툰은 이렇듯 이야기의 보고(報告)다. 네이버나 다음 등 거대 미디어 콘텐츠 기업이 웹툰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도 웹툰의 전반적인 활용도가 높아서다. 웹툰은 1차 수익뿐 아니라 지식재산권(이하 IP)을 통한 2·3차 판권 수익 등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또한, IP 확보는 그 자체로 콘텐츠 업계에서의 경쟁력을 나타낸다. 흔히 ‘K-컬처’로 지칭되는 한류에도 웹툰은 든든한 자산이다.

하지만 웹툰계는 소위 해적사이트라고 불리는 웹툰 불법 유통사이트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공식 웹툰 플랫폼에 작품이 업로드되면,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대로 복사해 자신의 사이트에 게재한다.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과 검거가 쉽지 않다.

불법 유통사이트는 웹툰 플랫폼과 작가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를 끼친다. 실제로 웹툰 업계는 해적사이트로 인해 매달 2,000억 원에 가까운 피해를 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웹툰 업계와 수사기관의 노력으로 운영자가 검거된 해적사이트 ‘밤토끼’도 지난해 웹툰계에 약 2,400억 원의 피해를 입혔다.

사실 금전적 피해보다 더 큰 문제는 웹툰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볼 수 있고 또, 봐도 되는 값싼 콘텐츠’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콘텐츠가 홀대받는 환경 속에서 문화가 꽃필 수는 없다. 한때 불법 복제로 침체되던 국내 가요 및 영화 시장도 불법 다운로드와 저작권에 대해 엄격히 관리했기에 지금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밤토끼’는 검거됐지만 또 다른 해적사이트들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한류의 씨앗이 되는 웹툰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불법 사이트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 더 나아가 이용자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밤토끼’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 나 자신부터 정당하게 제값을 치르고 콘텐츠를 소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결국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노진호 중앙일보 대중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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