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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의 본사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강제로 떠넘겨 ‘물량 밀어내기’ 갑질이라 불리며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이에 지난달 2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리점 분야의 ‘갑을’ 관계 개선을 위한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대리점거래에서 주로 피해를 입는 영세한 중소유통업자를 위한 대책 마련으로, 공정거래협약 등 대리점의 본사에 대한 협상력 제고 방안에 중점을 뒀다.

‘을’에게 방패가 돼주는 제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갑을 관계 개선을 위한 ‘불공정 관행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본사와 대리점의 관계가 일방적으로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동등한 관계에서 협상할 수 있게 하고자 기획됐다.

이번 대책의 대표적인 정책은 바로 ‘표준대리점계약서의 보급 확대’다. 이를 통해 대리점주는 최소 3년 이상의 안정적인 거래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한때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에서 대리점주에게 인테리어를 바꾸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할 것이라고 통보해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이럴 때 대리점주는 본사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의 요구에 순응해야만 했다. 본사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강제로 계약이 해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표준대리점계약서의 보급을 통해 앞으로는 본사가 인테리어와 판촉행사 비용을 각각 최소 40% 이상 분담해야 한다. 이에 더 이상은 본사의 일방적인 요구에 대리점주가 비용을 떠맡게 되지 않을 것이다.

본사가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막는 조항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과거 카페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영업점에 원두 납품단가를 속여 판매한 적이 있었는데, 대리점과 소비자 모두 거짓된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였다. 특히 대리점은 정보가 부족하고 거래의존도가 높아 본사에서 속여서 정보를 제공해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조항을 계기로 대리점과 소비자 모두 정보의 격차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또한 ‘대리점단체 구성권’을 통해 일반 회사의 노조가 갖는 ‘단체행동권’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대리점이 단체를 구성, 가입, 활동하는 것 모두가 금지됐다. 그러나 이번 정책으로 노조를 결성하면서 대리점주들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며 사용자에게 자신의 권리를 관철시킬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불공정 관행 근절 종합대책은 앞으로 경제적 약자이자 ‘을’인 대리점주가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그들을 보호해줄 것이라 기대된다.

 

우지연 수습기자 woojudy622@naver.com

 

그 누구에게도 미숙한 대책

대리점에 대한 본사의 갑질 문제가 종종 매스컴에 등장한다. 일부 본사는 팔리지 않는 물건을 대리점이 강제 구매하게 하기도 했다. 이러한 본사의 갑질 문제 때문에 2016년 말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리점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이에 관한 대책으로 지난 5월 ‘대리점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이 생겼지만, 이 또한 허점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 대책에서는 기존의 대리점법과 다르게 ‘사인의 금지청구제’가 실행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확대되는 사항이 추가됐다. 사인의 금지청구제가 실행되면, 대리점주는 본사의 행동 중지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바로 요청할 수 있다. 중간에서 브레이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공정위를 거치지 않음으로써 대리점주가 진지한 고민 없이 신고를 남용하여 섣부른 판단을 내릴 확률이 커졌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가해자의 행위에 악의성이 있을 때 실현되는 제도이지만, 개인의 주관에 따라 그들이 느끼는 악의성에 정도의 차이가 있어 판단 기준이 모호한 제도다. 이렇게 애매한 기준을 가진 제도로 정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의문이다.

대리점법은 공정위가 대리점과 본사 간의 불공정 관행을 제대로 실태 조사하지 않아 수포로 돌아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리점법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리점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 또한 대리점법과 마찬가지로 공정위가 실태조사를 하게 됐는데, 이 조사가 잘 실행될지 우려가 된다.

본사 중에는 대부분 대리점주와 비슷한 소득수준을 가진 영세상인도 많다. 모든 본사는 대기업이 아니기에 그들은 작은 사건에도 크게 타격을 입고, 이로 인해 생계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대리점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이 실행됐지만, 이는 ‘갑’에게 역차별을 줄뿐더러 아직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에는 미숙하다.

 

김현지 수습기자 guswl59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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