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9월에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갖고자 추진 중이다. 아울러 북한과 미국은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이후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뤄지게 될 문 대통령의 방북은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이목을 또다시 끌게 될 것이다.
 

  지금 상태에서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된다면 그 의제는 애초 남북이 희망했던 남북 사이의 실질적인 협력과는 다소 거리가 멀 것이라 예측된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북한과 미국이 주고받을 조치들의 순서 등 기술적 논의가 중심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 문 대통령은 북미 사이의 진전이 있은 후 평양에 가려고 했다. 앞선 두 번의 판문점 정상회담에 이어 시간이 흐른 뒤 만나는 것인 만큼 한층 내실 있는 남북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전은 북미관계의 진전 없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본래 순조롭게 추진될 것처럼 보이던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비핵화의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폼페이오 장관 방북을 하루 만에 번복해 상황이 돌변했다.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와 미국의 핵 목록 제출 요구 사이에 양측이 아직 타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관계가 좋지 않은데도 9월 방북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인지를 놓고 문 대통령도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민에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청와대는 폼페이오 방북 취소 하루 만에 “북미 사이에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은 더 커졌다”며 예정대로 회담할 뜻을 밝혔다. 올 상반기 때처럼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를 중재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70년 적대관계의 북미 정상을 한 방에 마주 앉게 했던 작업에 비해 더 쉽다고 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을 점점 깨달으며 이 문제에 흥미를 잃어가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일방적인 양보를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러한 상황에서 섣불리 중재에 나섰다간 북미 양측으로부터 모두 싫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또다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부담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에게는 더 나은 다른 선택지가 없다. 애써 움직이기 시작한 두발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바퀴를 계속 굴리는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숙명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손제민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