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학생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말을 했다. “학교는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해당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행정 처리를 내릴 계획이다.” 때는 이미 학교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에서 하일지 교수에게 징계를 안 내린 지 2개월이 넘은 시점이었다. 인권위 결과만 나오면 징계하겠다던 학교 측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학생들은 3개월을 더 기다렸다. 그렇게 어느덧 하일지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학생 A 씨의 폭로가 있은 지 5개월이 넘었다. 하일지 교수를 징계하라는 인권위 결과도 나왔다. 그런데 학교 曰 “검찰 조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고요.” 가수 강진의 노래가 머릿속을 스친다.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기다리다 지쳤어요. 땡벌.”


  학교 측은 명백히 학생과의 약속을 어겼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사과를 하는 것이 상도인데, 진상조사위 및 학생처는 물론 총장도 사과 한마디 없다. 관련 질문을 하면 “학교는 수사 능력이 없으니 수사권이 있는 검찰의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라는 답만 되풀이한다.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다. 학생들은 학교 측에 수사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학교는 제 역할인 징계만 내리면 되는 것이다.


  물론,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검찰 조사는 언제 끝날지 장담 못 한다. 1-2년이 걸릴 수 있다. 그동안 학교는 하일지 교수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것이고, 그에게 계속 월급을 지급해야 한다. 학생들이 피같이 모은 등록금이 그런 데 쓰인다고 생각하면 정말 갑갑하다. 이미 하일지 교수는 입 맞춘 사실을 인정했고 A 씨에게 사과도 했다. 하 교수는 ‘암묵적인 동의’ 하에 입을 맞췄다고 주장하지만, 인권위는 조사 결과 “암묵적인 동의로 인정할 만한 정황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못을 박았다. 인권위 통지만 나오면 따르겠다던 학교는 하루빨리 약속을 지켜야 한다. 교수와 학우 간 권력 차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학교가 계속 미온적인 태도로 두 손 놓고 있다면, 학생들은 학교 측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김규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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