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5 목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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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소리는 1348번 무시당했다
2018년 09월 04일 (화) 16:53:09 김현지 기자 guswl5974@naver.com
   
▷평화나비 부원들이 피켓으로 함께 평화라는 단어를 완성했다

  “공식 사죄하라! 법적으로 배상하라!” 37도가 넘었던 8월 15일, 낮 12시 강한 땡볕 아래 모인 사람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일부 사람들은 피켓을 들고, 또 다른 일부는 노랑나비 모양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휠체어에 의지하는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부터 교복 입은 학생들, 곱슬머리의 외국인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은 한곳에 모여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법적 배상을 요구했다.


  매주 수요일 낮 12시에 열리는 수요집회는 1992년 1월 8일 일본 총리의 대한민국 방문을 앞두고 시작됐다. 단일 주제로 개최된 집회로는 세계 최장기간 집회인 수요집회는 2018년 8월 15일 기준으로 1348회를 맞았다. 이 집회에서는 1. ‘일본군 위안부’ 범죄 인정 2. ‘위안부’ 진상 규명 3. 일본 국회의 사죄 4. 법적 배상 5. 역사 교과서 기록 6. 위령탑 및 사료관 건립 7. 책임자 처벌 이 일곱 가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2018년 8월 14일, 국가 공식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처음 맞는 기림일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기림의 날(이하 기림일)은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께서 ‘위안부’를 처음으로 증언한 날이다. 당시 그녀의 증언으로 일본의 만행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민간에서 진행돼 오던 기림일이 작년 12월 국가 기념일로 지정돼, 이번 달 14일 기림일 맞이 촛불 문화재가 열렸다. 또한, 8월 14일은 ‘세계 ‘위안부’의 날’로 정해져 있기도 하다. 이에 기자는 14-15 이틀간 기림일 행사와 수요집회에 참여했다.


  14일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YTN 앞 율곡로2길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평소 더위를 타지 않는 기자의 이마와 등엔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무더운 날이었다. 왼쪽 끝에 자리 잡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에서는 행사 참여자들을 위해 얼린 생수와 모형 촛불, 깔개를 나눠주고 있었다. 또,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과 우리가 잘 아는 나비뱃지 등을 팔고 있었다. 피켓을 들 거나 부스를 운영하는 대학생들도 많이 보였다.

       ▷평일 저녁에도 많은 사람이 촛불 문화재에 참여했다


  촛불문화제는 인명여고 학생들의 합창 공연으로 시작됐다. 이어서 단막 뮤지컬, 민요 등 다양한 공연이 진행됐다. 뮤지컬은 그 당시 할머니들에게 일거리를 주겠다고 거짓말을 하는 일본군에 속아 위안소로 가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극 중 소녀는 어리고 순수해 일본군의 거짓말을 한 치의 의심 없이 믿었다. 안타까운 내용에 많은 시민이 눈물을 흘렸다. 이어서 자유발언 시간에 화려한 하늘색 전통의상을 입은 피부가 까만 외국인이 올라왔다. 그녀는 콩고의 전시 성폭력 생존자였다. 그녀는 아픔을 딛고 용기를 내 먼 나라의 무대로 올라왔다. 조금은 긴장됐는지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나갔다. 이윽고 기부금을 받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러자 노란색 전대협 조끼를 입은 체구가 작은 여인이 모금함을 들고 시위대 사이를 요리조리 다녔다. 하나둘씩 사람들은 그녀의 손에 들린 모금함에 동참했다.


  9시 반쯤, 촛불문화제가 끝이 났다. 이 행사가 끝날 때까지 그 누구도 덥다, 불편하다며 불평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집회처럼 누군가를 때리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각자의 쓰레기는 각자 챙겨달라는 사회자의 말에 시위 참여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복잡했던 거리는 사람도 쓰레기도 없이 금세 비워졌다.

 

‘세계 최장기 시위’ 타이틀, 이제는 내려놓아야 한다
  15일 오전 11시 50분쯤 수요집회 장소로 가는 길. 신호등을 기다리는 기자 옆엔 친구로 보이는 두 명의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그 둘은 너무 더운 날씨에 지쳐 짜증을 내고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묻히기에는 도로가 너무나도 조용했다. “오늘 너무 덥지 않아?” “그러니까 말이야 진짜 더워 죽겠어.” “이 날씨에 시위 가는 사람들은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냐?” “그래! 이 날씨에 거긴 왜 가 미친 것 같아”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선크림을 발랐음에도 살이 지글지글 탈 것처럼 더웠다. 이 말을 우연히 들은 기자는 입 밖으로 나오려던 심한 욕을 간신히 참았다.


  어제보다 약 3배 정도 더 많은 사람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기껏 쳐놓은 폴리스라인이 무색할 정도로 자리가 없어 서 있는 경우도 허다했고 YTN 건물 바로 앞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어제와 다르게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소녀상 모양의 책갈피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던 안양여중 학생들, 큰 쓰레기 봉지를 들고 다니며 페트병을 치우던 경성고등학교 역사동아리 학생들 등 다양한 교복이 눈에 띄었다. ‘어떻게 수요집회에 오게 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들은 쑥쓰러워하며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학교가 쉬는날이여서 왔어요.”, “한번 와보고 싶었어요”라고 대답했다.

       ▷교복을 입은 안양여중 학생들이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있다


  곧이어 할머니 한 분이 부축을 받으면서 무대 위로 올라왔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였다. 그녀는 죽기 전까지 해야할 일이 있다며 “200살까지 살아서 반드시 여러분과 함께 살아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라고 외쳤다. 폭염 속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당당했다. 이번 집회에는 이용수 할머니 외에 위안부 피해자이신 길원옥, 김경애 할머니도 참석하셨다.


  사진을 찍으러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중에 무대 쪽에서 일본어가 들려왔다. 일본 환경인권평화포럼에서 나온 일본인의 발언이었다. 그 일본인은 우리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 일본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합창단의 <민중의 노래>가 평화로에 울려 퍼졌다.


  시위가 끝난 후, 이 구역의 인기스타는 소녀상이었다. 사람들은 소녀상 옆에 꽃다발을 놓기도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너무나도 더운 날씨에도 사람들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 ‘평화로’라는 이름을 가진 이 길에서 할머니들의 상처가 다 아물고 인권과 명예를 되찾는 진정한 평화가 올 때까지. 지치지도 멈추지도 않아야 한다.
                                                                                                                              

                                                                                                                               김현지 기자 guswl59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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