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5 목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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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을 혼자 견뎌내려고 하지마세요"
2018년 10월 16일 (화) 00:23:51 임나은 기자 dong773300@naver.com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치료를 돕는 김도연(48)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장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장 김도연 
 
지난 3월, 부산 데이트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동안 SNS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네티즌은 공포에 휩싸였었지만, 그저 어쩌다 한번 발생하는 범죄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서울시가 최근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 2000명 중 88%가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제는 더 이상 데이트 폭력이 남 일이 아닌 것이다. 사랑을 빙자한 범죄, 데이트 폭력. 이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체계적인 해결책을 알아보기 위해 김도연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장을 만나 대화를 나눠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데이트폭력소장 김도연입니다. 저는 전북대학교 임상심리학과를 졸업해 데이트 폭력 뿐 아니라 청소년 자살 등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심리학자예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떤가요
  일단 데이트 폭력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요. 데이트 관계상에서 일어나는 언어적·정신적 가해를 데이트 폭력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비해 데이트 폭력 범죄가 많이 공론화 되면서 데이트 폭력 자체는 화제였어요. 신고율도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잘 모르시는 분이 많으세요. 데이트 폭력이 피해자의 잘못된 대처로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분도 비일비재 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미디어에서 아직까지 데이트 폭력을 미화하거나 잘못 해석하는 부분이 많은 기여를 해요. 손목을 세게 잡고 강제로 스킨십을 하는 게 엄연한 데이트 폭력인데도 이를 사랑의 형태로 비추니까 사람들의 인식도 발전하지 못하는 거죠. 사회적 이슈는 됐지만 그 후의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이 제일 안타깝습니다.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인가요
  데이트 폭력 피해를 입으신 분께 심리 상담 및 치료를 제공해 피해자의 원만한 사회 적응을 돕는 일을 주로 합니다. 또한, 국내의 데이트 폭력 유형과 실태를 분석하고 나아가 사회적 인식 재고를 위한 데이트 폭력 가이드라인 등을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데이트 폭력 가해자의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교육과 치료 프로그램도 개발해서 진행하고 있고요. 
  
데이트폭력연구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전공한 임상심리학은 정신장애나 심리적 문제에 대해 배워요. 그래서 학과 특성상 졸업 이후 병원에서 3년을 근무해야 합니다. 저는 3년 이후에도 계속 병원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신장애를 가진 환자를 마주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놀라웠던 건 그러한 환자 중에 데이트 폭력 피해를 입어서 저와 면담을 하시는 분이 체감할 정도로 많이 계시더라고요. 하지만 그들을 위한 법률안이 마련돼 있는 것도 아니고 체계적인 심리 지원 센터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작년에만 해도 데이트 폭력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낮았어요. 자료 조사도 제대로 이뤄져 있지 않았고요. 그래서 제가 전문적으로 파고들어서 제가 느끼는 심각성을 남들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때 저가의 심리 지원 서비스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거죠. 제 시도가 국가적 차원의 개입을 독려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데이트 폭력을 당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사전에 단호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해야 해요.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확실하게 노사인(No sign)을 보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감정을 뚜렷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이 행동이 나에게 불안감을 주고 심리적으로 고통스럽게 하는구나’ 라고 느낀다면 혼자 감내 하지 말고 주변에 알리는 거죠. 적극적으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 사회적 보호를 받는 것도 순차적으로 진행돼야 하고요. 심리적인 압박감에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셔야 합니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범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가해자의 ‘가스라이팅’이예요.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입니다. ‘좋아해서 그랬어, 너가 잘했어야지’라는 식의 말로 피해자를 잘못된 학습을 시키는 겁니다. 그러니까 가해자가 데이트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 둠으로써 피해자는 이러한 상황이 본인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더 강력한 상황 통제를 통해 피해자가 심리적 무력감을 느끼게 만들어요. 그래서 상담하러 오시는 분 중의 대다수가 ‘그때 왜 관계를 끊지 못했을까’라는 자기혐오와 자책감이 굉장히 많으세요. 
  피해자가 아예 데이트 폭력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일도 상당합니다. 대개 데이트 폭력은 옷차림이나 연락하는 사람을 구속하는 ‘행동 통제’라는 행위에서 시작돼요.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이게 범죄인지도 모르고 사랑의 한 측면이라고 여기게 되는 거죠. 심각하지도 않으니 적극적으로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어렵고요. 제대로 범죄임을 인식했다고 해도 기본법이 마련돼 있지 않다보니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신고를 못하는 분도 계시답니다.
 
데이트 폭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국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단 국가가 나서서 이것을 ‘범죄’라고 국민에게 제대로 된 개념적 정의를 하는 게 우선 돼야 해요. 물론, 데이트 폭력에 대한 처벌 기준 강화와 보호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고요. 실제로 해외는 가정폭력 방지법을 확대해서 데이트 폭력 방지법을 제정해 강경하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자치 기구가 설치돼 있는 대학도 굉장히 많고요. 가장 고무적인 것은 청소년에게 올바른 연애관에 대한 교육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는 점입니다.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건강하게 끌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죠.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국가의 개입이 시급하다고 생각됩니다.
 
데이트폭력연구소장을 맡으시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매순간 행복해요. 데이트 폭력 피해자 분을 처음 마주하면 대부분 굉장히 고통스러운 상태입니다. 그런데 저와 함께 ‘우리’라는 개념으로 힘겨운 순간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볼 때, 전 항상 감동을 느껴요. 어쨌든 역경을 딛고 다시 삶 속으로 들어오시게 된 거잖아요. 이러한 과정에 저의 역량만 있는 게 아니라 같이 노력한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이죠. 서로 믿고 폭풍우 속을 잘 지나갔기 때문에 그때가 가장 의미 있고 제 행복의 순간입니다. 
  
앞으로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데이트 폭력을 건강하게 잊고 사회생활을 다시 정상적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을 계속 도울 겁니다. 그리고 ‘데이트 폭력’이라는 문제에 대해 국민의 사회적 동참을 더 이끌어내기 위한 많은 연구와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덧붙여, 성인 간의 데이트 폭력 외에 청소년 데이트 폭력 범죄에도 주력할 생각이에요. 성인에 비해 이슈가 되지는 않았지만 청소년의 데이트 폭력 범죄율도 상당히 높기 때문에 전문적인 청소년 심리 치료 과정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데이트 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분들께 조언 부탁드립니다
  만약 데이트 폭력이라는 상황에 놓여있다면, 그것이 절대 나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걸 혼자 감내하려고 애쓰지도 말고 적극적으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주세요. 나의 안전을 나 스스로 지키기 위한 자기 돌봄 행동을 조금 더 용기 있게 시작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임나은 기자 dong773300@naver.com
[사진 제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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