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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웃는 남자>는 빅토르 위고의 원작 『웃는 남자』 를 각색해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범죄조직에게 납치돼 입이 찢긴 남자 ‘그윈플렌’의 비극적인 삶을 담고 있다. 아울러 빈부격차가 일어나는 17세기 영국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오랜 제작 기간과 거액의 제작비, 국내 최정상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으며 현재 높은 평점으로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삭막한 사회에 던지는 날카로운 조소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는 <웃는 남자>의 슬로건을 보면, 이 공연이 어떤 내용으로 진행될지 짐작할 수 있다. 이 공연이 사회에 외치는 메시지는 극 중 배경이 되는 사회와 서로 다른 시대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남긴다.
 
  이 공연은 사회 기득권층의 무위도식을 비판하며 관객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극의 배경인 17세기 후반 런던 귀족들 사이에서는 어린아이의 신체를 훼손하여 웃음거리로 만드는 비윤리적인 행위가 성행했다. 주인공 그윈플렌은 이러한 악행의 피해자 중 한 명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찢어진 입을 가진 그의 얼굴을 보고 조롱하기 위해 모인 귀족들 앞에서 그는 위축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진짜 괴물은 내가 아니라 내 모습을 보고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당신들이다”라는 일침을 가한다.
 
  또한, 작품 외부의 해설자가 아닌 극 중 인물들의 대화를 통한 상황 설명은 내용의 흐름을 매끄럽게 했다. 이는 장면과 장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극에 대한 관객의 집중력을 흐리지 않도록 했다. 전체적인 내용은 영국 왕실과 유랑 악단 공연이 벌어지는 테드 캐스터 여관에서 진행된다. 다소 상반되는 공간의 전환이 많아 해당 장면이 반복될 때마다 관객의 이해를 방해할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인물의 대사 속 상세한 서술은 관객들이 갑작스러운 장면 전환에 이질감을 느낄 위험을 덜어주었으며, 극의 원활한 몰입을 도왔다.
 
  마지막으로, 극을 관람하는 과정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화려한 무대효과다. 그윈플렌의 입 모양을 상징하는 둥근 원형 세트는 집시 곡예단의 공연장과 영국 황실의 모습으로 시시각각 변하며 관객에게 생동감 있는 묘사를 선사한다. 특히 극 초반부에서 바다 위에서 배를 타는 모습을 표현할 때, 실제 그 공간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생생한 효과는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관객에게 진한 울림을 가져다준다. 사회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부조리한 권력에는 비판의 잣대가 되는 그의 미소는 관객에게 특별한 의미로 기억될 것이다.
김예은 수습기자 sesiliya7@naver.com
 
 
화려한 수식어를 못 따라간 뮤지컬
  ‘빅토르 위고의 원작, 5년의 제작 기간, 175억 원대의 제작비’ 이는 뮤지컬 <웃는 남자> 앞에 붙는 화려한 수식어다. 그러나 이 공연은 서사 구조와 극 구성의 한계로 대중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우선 <웃는 남자>는 극의 메인 줄거리와 서브 줄거리가 주객전도 돼 있는 작품이다. 이 뮤지컬의 원작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는 주제의식을 표현해내기 위한 서사가 다소 부족했다. 주인공이 당대 약자를 대표해 부유한 강자와 투쟁한다는 내용 중심이 아니라, 두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위기 및 극복과 관련된 장면이 여러 번 반복됐다. 그러다 보니 극의 핵심 주제인 빈부격차에 대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 보인다는 점이 아쉽다.
 
  아울러, 뮤지컬의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급한 전개감을 보였다. 총 1, 2막으로 구성돼있는 <웃는 남자>의 2막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한 번에 나온다. 2막에서 중요한 부분은 이기적인 부자를 비판하는 내용이며 이는 원작에서나 뮤지컬에서나 주제의식이 담겨있는 핵심적인 서사다. 그러나 2막에서는 주인공과 부자들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부터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은 주인공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장면, 그리고 여주인공에게 돌아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장면까지 너무 많은 이야기를 지나치게 압축시켜 보여줬다. 이러한 점이 극의 몰입도를 감소시키고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의 깊이를 떨어뜨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굵직한 이야기가 1막 후반부부터라도 조금씩 풀어가게 바꾼다면, 내용 전달이 훨씬 잘 될 것이다.
 
  뮤지컬에서는 원작을 얼마나 잘 살려 각색했는지, 스토리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 효과적으로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뮤지컬은 극의 주제의식을 반영할 수 있는 각색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극마다 줄거리가 적절히 배치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정보운 수습기자 bounj07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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