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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학교를 위해…유례없는 공동행동 이어져
2018년 11월 20일 (화) 17:46:40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추운 날씨 속에서도 뜨거웠던 수백 개의 촛불

  “우리는 안전한 동덕여대를 원한다.” 고요한 하늘에 학우들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10월 중순, 여느 시험 기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학내에 펼쳐졌다. 500명이 넘는 학생들은 펜을 내려놓고 저마다의 촛불을 들었다. 까만 도화지에 빨간 물감을 떨어트린 것처럼 지난밤 백주년기념관 계단은 촛불로 물들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학우들은 5일 동안 촛불집회, 필리버스터를 이어나갔다. 학교의 보안 강화를 위한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이에 학교는 응답했고 지난달 19일, 경비 강화에 대한 계획을 공지했다. 본교의 보안 방법이 어떻게 바뀌었고, 잘 시행되고 있는지를 본지 기자들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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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우들이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5일간 필리버스터와 촛불집회로 목소리 전한 학우들
학교 측, 공청회 열고 경비 강화 계획 발표해


  최근 학교는 ‘알몸남 사태’로 떠들썩했다. 한 남성이 본교 대학원 건물 안에서 나체로 음란 행위를 한 사진 및 영상을 트위터에 게시했기 때문이다. 이를 발견한 한 학우가 지난달 12일, 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을 통해 해당 내용을 알리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13일 본교 사무처 측은 ‘SNS 불법콘텐츠 유포사건 관련 학교 입장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본 입장서에는 △통합관제센터 운영 △취약시간대 순찰 강화 및 외부인 건물 출입통제 강화 △교내 취약지역에 비상콜시스템 구축 △고화질 CCTV 350여 대 운용 △여자 화장실 350여 개 비상벨 설치 및 몰래카메라 탐지 확대 운용 △관내 경찰관 동반 안전지킴이 순찰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입장서에는 다소 불분명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취약 시간은 언제고, 취약 지역은 어디며 순찰 및 출입통제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았다.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14일, 학교 측에 요청서를 보내며 보안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했다. 더불어 보안에 관해 학생과 학교 측이 얘기할 수 있는 공청회와 총장의 공식적인 사과문을 요청했다.


  아울러 입장서에서 학교 측이 설치하겠다던 CCTV와 비상벨 및 비상콜시스템은 이번 사태로 인해 새롭게 도입한 게 아니었다. 본교는 이번 학기부터 새로운 경비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기기 설치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대부분 설치가 완료돼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러한 시스템에 추가적인 보안 강화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공동행동에 돌입했다.


  지난달 15일 오후 1시, 본관 앞에서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 8시간 동안 약 60명의 학우가 발언을 이어나갔고 250명이 넘는 학생이 자리를 지켰다. 학생은 ‘우리는 안전한 동덕여대를 원한다’, ‘우리의 배움터는 성적 페티쉬를 충족시키는 곳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보안 강화를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총장 “책임이 있는 우리 대학의 대표로서 사과한다”
  필리버스터가 처음 이뤄졌던 날 밤, 총장 담화문이 게시됐다. 김명애 총장은 “최근 발생한 성범죄 사건으로 두려움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학생 앞에 너무나 참담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총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전하며 학생이 안전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윽고 공청회에 관한 공지도 올라왔다. 학교 측은 17일에 공청회가 진행될 거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학교는 ‘오타가 났다’는 이유로 17일에 예정돼있던 공청회 일정을 갑작스럽게 앞당겼다. 심지어 공청회 시작 30분 전에 일정 변경을 공지하면서 많은 학우가 혼란을 겪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공청회는 성사됐다. 총장 비서실장은 오타를 낸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하면서 공청회 일정이 변경된 점에 대해 사과했다. 아울러 김명애 총장도 무대 위에 올랐다. 김 총장은 “책임이 있는 우리 대학의 대표로서, 총장으로서 여러분에게 정중히 사과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다른 일정에 참석해야 한다는 이유로 질의응답 시간에 먼저 자리를 떠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공청회에서는 학교 측이 본교의 보안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공청회에서도 구체적인 보안 방안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바뀐 사항이 무엇인지 정리해서 알리는 PPT 혹은 문서 자료가 없었으며 사무처 교직원이 구두로 내용을 전달했다. 이에 학생들은 정확히 어떤 부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인지하기 어려웠다.


  아울러 학교 측에서 준비한 내용 또한 부실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공청회에 앞서 박종화 총학생회장은 총학의 요구안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 요구안에는 △총장의 직접 사과 △학생 의견 반영된 외부인 출입규정 신설 △모든 건물에 카드리더기 설치 및 한 명 이상의 경비 인력 상시 배치 △KT 업체 선정 과정 공개 △학내 모든 책걸상 교체가 포함됐다. 그러나 박종화 총학생회장은 총학의 요구안이 전달된 지 2시간 반 만에 공청회가 열렸다며 사실상 학교 측이 제대로 된 공청회 준비를 하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학교 측은 공청회가 이뤄지기 이틀 전부터 총학과 만남이 진행됐기에 충분히 학생의 의견을 반영해 공청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보안 강화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나오지 않자 학우들은 필리버스터, 촛불집회를 이어나갔다. 시험 기간인데도 공동행동의 일정은 변동 없이 계속됐다. 이후 학교 측은 공동행동이 5일째 이어지던 지난달 19일, 새로운 ‘경비 강화 계획’을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전보다 훨씬 상세했고 학우의 의견을 반영해 새롭게 추가된 내용도 있었다.

 

경찰, 박 모 씨 불구속 기소로 검찰에 송치해
  경찰은 지난달 13일, 신고를 접수한 후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장소가 본교 대학원 건물임을 확인하고, 대학원 1층의 CCTV 자료를 받았다. 아울러 교내 설치된 다양한 CCTV를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지난달 15일 피의자 박 모(27) 씨를 검거했다. 박 씨는 형법상 주거침입 및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 체포됐다.
 

  박 씨는 지난달 6일 본교에 행정관리사 자격증 갱신을 위한 보충 교육을 들으러 왔다. 이 강의는 외부에서 주관해 열렸고, 우리 대학은 약 100명의 청중이 들어갈 장소를 요청받아 대학원 410호를 대관해줬다. 박 씨는 이곳에서 강의를 듣던 중 오후 1시경 대학원 310호로 내려가 음란행위를 벌였고, 이를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당일 SNS에 게시했다.


  박 씨는 평소 SNS상에서 야외 노출 사진을 접하며 성적 만족을 체험했다. 이후 자신의 음란행위를 직접 촬영하고 게시해 타인의 주목을 받는 것에 희열을 느끼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여대라는 특성 때문에 갑자기 성적 욕구가 생겼다’라며 범행 동기를 밝혔다.


  범인이 검거된 것은 다행이지만, 지난달 17일 박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학우들의 공분을 샀다. 법원은 박 씨의 사전 범죄기록이 없으며 주거지가 일정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 박 씨가 범죄를 인정한 점에 주목했다. 경찰 측에서 인멸의 우려가 없는 증거 또한 확보했기에 박 씨에 대해서는 결국 불구속 수사가 이뤄졌다. 지난 14일, 경찰은 추가로 확인된 혐의가 없다며 박 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앞으로 박 씨가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죄에 합당한 벌을 받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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