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인 표현으로 사람이 죽어 별이 된다는 말이 있다. 어린 시절 동화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과학적으로는 그 반대로 별이 죽어서 사람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산소이며 그다음이 탄소, 수소, 질소 등이다. 그중 우리 몸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수소는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후 20분 이내에 만들어진 것이니 그야말로 138억 년에 달하는 우주의 역사를 지내온 셈이다. 내 몸에 있는 수소가 138억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니 조금은 경외감도 든다. 그런데 수소를 제외한 나머지 원소들은 좀 더 드라마틱한 역사를 갖고 있다. 처음 우주가 탄생했을 때는 수소, 헬륨, 그리고 극미량의 리튬만이 생성되었다. 그렇다면 다른 원소들은 언제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빅뱅이 일어나고 3억 년 후에는 수소가 모여 처음으로 별이 탄생한다. 이때 만들어진 별들이 ‘1세대’ 별이며 이를테면 태양의 어머니별이다. 이러한 별이 빛나면서 핵융합을 통해 수소로부터 탄소, 질소, 산소 등, 철과 그보다 가벼운 원소들을 만들어 냈고 수십억 년의 수명이 다해 죽으며 초신성 폭발을 하여 별 내부에서 만들어낸 이 원소들을 다시 우주에 흩뿌렸다. 또한 이러한 폭발은 구리, 아연 등 철보다 무거운 원소를 생성시켰고, 새로운 별을 탄생시키는 기폭제 역할도 했다. 이렇게 탄생한 별로는 우리의 태양도 있다. 즉 태양은 우주가 탄생한 이후 처음 탄생한 별이 아니라 별의 잔해로부터 탄생한 ‘2세대’ 별인 셈이다. 46억 년 전에 탄생한 태양계는, 따라서 수소와 헬륨 외에도 그보다 더 무거운 원소를 지닐 수 있었으며 태양계의 행성, 지구에서 이들 원소를 기반으로 생명이 탄생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원소 중 수소를 제외한 나머지 원소들은 수십억 년 전에는 뜨겁게 타고 있던 별 속에 있었으니 별이 죽어서 사람이 되었다는 말이 참으로 그럴듯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과학도 꽤나 낭만적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사람이 죽어서 별이 된다는 말은 어떨까? 태양도 언젠가는 수명이 다할 터이고 태양도 지구도 그리고 우리 몸을 구성하던 원소도 우주의 먼지로 흩어질 것이다. 그러면 내 몸의 원소들도 우주를 떠돌다가 다음 세대에 탄생하는 별의 재료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사람이 죽어 별이 된다는 것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다. 수십억 년도 더 지난 머나먼 미래에는 내 몸의 일부가 우주 공간의 어느 별 속에서 다시 빛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성지하  (자연과학대학 응용화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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