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교육의 분야에서 흔히 요구되고 있는 역량 중 하나인 ‘비판적 사고’라는 말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1995년 유네스코가 채택한 ‘관용에 대한 원칙 선언문’에서도 젊은이들이 개발해야 할 역량 중 하나로 비판적 사고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비판적 사고’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이 용어에 대한 규정 방식은 매우 다양하며, 근거에 입각한 논리적인 사고와 동일시되기도 하고, 지적 호기심, 공정함, 심지어 문제해결 능력과 연계되기도 한다. 


  비판적 사고의 전통은 소크라테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크라테스의 산파술’로 알려진 그의 유명한 질문법은 비판적 사고의 교육법이었다. 이 방법은 질문을 통해 사람들의 사고가 타당한 근거가 없거나 불합리함을 드러냄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스스로 자신의 지식을 되돌아보며 검증하도록 이끄는 것인데, 소크라테스의 의도는 무엇보다 권위에 의존하는 지식의 위험성을 일깨우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권위에 의존하는 지식은 어떤 것일까? 이는 단지 어떤 분야에서 권위 있는 사람들이 제시한 지식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타당성과 정당성을 검증해보지 않은 채 당연하다고 여겨온 모든 지식이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가 부모님에게서, 학교에서, 책자와 미디어 등으로부터 습득한 (거의) 모든 지식은 상식이라는 대중적 권위를 비롯한 이런저런 형태의 권위들에 의해 수용된 것들이다. 비판적 사고는 이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지식의 발전은 이러한 비판적 의심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천동설은 수 세기 전까지 몇천 년 동안 의심되지 않은 보편적 지식이었고, 남성의 우월성은 불과 백 년 전까지 당연한 상식이었다. 


  비판적 사고가 결여되었을 때, 우리는 오류와 편견, 고정관념이 포함된 정보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의심 없이 살아가는 소시민으로 전락한다. 비판적 사고의 주요한 기능은 사회에 만연된 편견과 고정관념들을 타파하고, 권력에 의한 의식의 통제에 저항하는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비판적 사고의 기본적 대상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지식을 의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이 편견이나 오류에 기초한 것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권위는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자기 자신이다.

 

최문수  (인문대학 영어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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