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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이 모델로 설 수 있는 런웨이를 만들고 싶어요"
2018년 12월 10일 (월) 18:22:05 김현지 기자 guswl5974@naver.com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출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모델 전가영(27) 씨의 모습이다

인터뷰 플러스사이즈 모델 전가영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간다. 외모와 피부색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다른 모습의 사람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편협한 시선으로 타인의 외모와 몸매를 평가하는 사람들에 맞서 다양성의 소중함을 전하는 이가 바로 여기 있다. 플러스사이즈 모델 전가영(27) 씨를 만나 그녀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플러스사이즈 모델 전가영입니다. 본격적으로 모델 일을 한 지는 3년 정도 됐습니다.

 

플러스사이즈 모델이 되기로 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대학교에서 태권도를 전공했어요. 졸업 후에는 태권도 학원에 취직해 사범으로 일하며 아이를 가르쳤죠. 적성에 맞는 일이지만, 매일 똑같은 일만 반복하다 보니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렇게 학원을 그만뒀어요. 일을 그만두고 무슨 일을 할지 찾아보다가 스포츠 브랜드에서 운동복 모델을 뽑는다는 공고를 봤어요. 당시 살을 많이 뺀 상태여서 운동복 모델에 도전했습니다. 운이 좋게 뽑히게 됐고 모델을 하는 내내 너무 재밌었어요. 무대 위에서 느껴지는 사람들의 시선은 정말 신선하고 좋았어요. 이후에도 꾸준히 모델 일을 하고 싶어 다시 운동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운동을 하다가 다치게 됐고 운동을 그만뒀죠. 그렇게 예전처럼 다시 살이 쪘어요. 다른 일을 찾아보려던 찰나, 우연히 플러스사이즈 모델이라는 직업을 알게 됐어요. 짧았던 시간이었지만 모델 일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이어가고 싶어 플러스사이즈 모델에 도전하게 됐어요.


플러스사이즈 모델은 어떤 일을 하나요
  플러스사이즈 모델이라고 해서 일반 모델과 다른 일을 하지는 않아요. 일반 모델처럼 잡지 촬영을 하고 패션쇼 무대도 서요. 일반 모델과 다른 점은 체구뿐이죠. 하지만 체구가 크기만 하다 해서 다 플러스사이즈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옷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선 운동은 필수죠. 국내에서는 플러스사이즈 모델의 입지가 좁아 주로 외국 무대에 많이 나가는데, 선천적으로 우리와 골격이 다른 외국 모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열심히 운동해야 해요. 참고로, 국내에서 플러스사이즈 모델이 되기 위한 기준은 없지만, 외국에서는 12사이즈 이상을 플러스사이즈라고 지칭해요.

 

해외 패션쇼에 모델로 참가하셨는데, 그곳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저는 토론토패션위크, 파리플러스사이즈모델패션쇼, 뉴욕패션위크를 다녀왔어요. 토론토, 파리, 뉴욕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패션쇼 무대에 섰죠. 이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토론토패션위크에요. 제 데뷔 무대이기도 했지만, 토론토패션위크의 런웨이는 다양한 사람을 모델로 세워 의미있는 패션쇼였어요.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무대에 섰고, 한쪽 다리가 없이 목발을 짚는 분도 계셨죠.


  뉴욕패션위크에는 초청장을 받아서 가게 됐어요. 에이전시가 없던 저에게 메일이 와서 너무 놀랐고 또 믿기지 않았어요. 뉴욕에 가는 거의 모든 모델이 에이전시에 소속돼 있거든요. 에이전시가 없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아 뉴욕에 갔는데 저를 제외한 모든 모델이 에이전시에 소속돼 있었죠. 뉴욕패션위크 중 한 브랜드의 쇼에는 오디션까지 다 통과했었는데, 저만 동양인이라 다른 모델들과 있으면 너무 튀어 보여 결국 무대에 서지 못했죠. 지금까지도 이 쇼에 서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쉬워요.


플러스사이즈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학원에 다니는 것이 좋을까요
  안타깝지만 우리나라에서 플러스사이즈 모델을 받아주는 학원이 없어요. 예전에 워킹과 포즈 등을 배우기 위해 모델 학원을 찾아봤지만, 사이즈 제한조건이 있어서 어느 한 곳도 수강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혼자 거울을 보며 워킹과 포즈 연습을 해요. 가끔 다른 모델 친구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죠.


  저는 올해 <2018 슈퍼모델 서바이벌>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어요.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 플러스사이즈 모델은 모델로서 배울 기회가 많이 없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죠. 프로그램 측의 제의를 받고 나갔지만 금방 떨어졌어요. 제가 떨어진 후 바로 다음 미션이 신체 사이즈 측정이었어요. 제가 못 해서 떨어졌을 수도 있지만 아직은 TV에 나와 사람들에게 비칠 때면 날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송 이후에 플러스사이즈 모델의 교육 여건이 나아지지도 않았어요. 이전과 달라진 점은 없었죠. 그래서 지난 10월 플러스사이즈 모델을 꿈꾸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플러스사이즈 모델 원데이클래스를 계획했어요. 아쉽게도 각자의 사정이 생겨 이 강좌는 불발됐지만, 이번 달에 다시 열어볼 생각이에요.

 

플러스사이즈 모델을 하면서 보람 있었던 순간이 있었다면요
저는 플러스사이즈 모델을 하는 친구와 추억을 쌓기 위해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프로그램에 나간 적이 있어요. 그 방송이 끝난 후 ‘덕분에 너무 재미있었다.’, ‘뚱뚱해서 사람들을 피해 다녔는데 용기를 얻었다.’ 등의 내용으로 수많은 메시지를 받았어요. 내 직업이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정말 많은 보람을 느꼈어요. 또 이러한 메시지는 제가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됐죠. 더 많은 매체에 노출돼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어요.


미의 기준이 일원화된 모델계와 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타깝지만 우리 사회의 미의 기준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해요. 해외에선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브랜드의 옷이 아주 큰 사이즈까지 매장에 나와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자 사이즈가 커봤자 XL이 끝이죠 또한, 해외 브랜드의 큰 사이즈 옷은 수입하지도 않아요. 가끔은 나에게 옷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옷에 나를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 미디어에서 계속 날씬한 것만을 요구하고 보여주니까 사람들도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중국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전 세계에서 비만이 없는 나라 2위인데 그 속에서 플러스사이즈 모델의 생활이 어떤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어요. 이 질문 하나로도 우리나라의 현실이 어떤지 알 수 있었죠.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어렸을 때 큰 키와 덩치가 콤플렉스였어요. 큰 체구 때문에 어렸을 때 많이 놀림 받기도 했죠. 그래서 조금이라도 작고 마르게 보이기 위해 어깨를 움츠려 다니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저의 콤플렉스를 통해 직업을 찾았어요. 이렇게 자신의 단점은 분명히 장점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단점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자신의 부족한 점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떤 모델이 되고 싶으세요
  우리나라에서 모델이라고 하면 마르고 날씬한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요.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는 만큼 다양한 모델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델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모델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해외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플러스사이즈 모델로서 당당히 서고 싶어요.

 

동덕여대 학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모두 다 가치있는 존재예요. 그리고 각자 나름의 개성도 있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에요. 타인의 시선에 쉽게 상처받지 말고 ‘나’를 먼저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김현지 기자 guswl5974@naver.com
[사진제공 모델 전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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