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타인과의 대면을 최소화하고, 간섭받지 않길 원하는 현대인들 사이에서 ‘언택트(Untact) 문화’가 널리 퍼지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현대인을 겨냥한 서비스도 우리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이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키오스크다.

  현재 국내 3대 패스트푸드점(△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은 빠른 속도로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있다. 버거킹 매장 중 68%가 키오스크를 설치했으며,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는 각각 61%, 60%의 설치율을 보였다. 특히 롯데리아의 경우, 3년간의 키오스크 도입률은 56% 급증했다.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키오스크 도입을 반기는 모습이다. 대학생 박세빈(20) 씨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직원에게 주문하기 부담스러울 때가 많은데, 키오스크로 주문하면 낯선 사람과 대화하지 않고 주문할 수 있어서 굉장히 편하다”라며 언택트 문화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특히 노인들과 같이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문화 소외계층’에게 언택트 문화는 달갑지 않은 흐름이다.

“뭘 할 수가 없으니 우리도 답답해요”

  경기도 수원에 사는 박한순 할머니(69)는 오늘도 패스트푸드점에서 서성인다. 그리고 이내 등을 돌려 매장을 나간다. 왜 주문을 하지 않고 바로 나가냐는 기자의 질문에 할머니는 “패스트푸드점 커피가 카페보다 싸서 이용하고 싶었지만, 기계 다루는 법이 어려워 주문을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의 이야기는 키오스크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노인을 대변한다.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이라는 영상에서 박막례 할머니는 글자의 크기가 너무 작고, 영어로 된 단어가 많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키오스크 주문을 곤란해한다. 그녀는 화면 속 수많은 작은 글자를 해석하려 하나 이내 주문 시간을 초과해 처음 화면으로 돌아가는 것을 반복한다. 우여곡절 끝에 주문에 성공하지만, 사진만 보고 어림짐작으로 주문해 원하는 메뉴를 먹을 수 없었다. 영상의 끝에서 박막례 할머니는 70대 노인들에게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려면) 돋보기를 쓰고, 영어공부를 해서 주문해야 한다”라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패스트푸드점뿐만 아니라 노인이 많이 찾는 은행, 기차역, 고속버스터미널 등의 장소에서도 키오스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안내를 해주는 직원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 수가 줄어들어 한 명의 직원만이 창구를 지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람을 대신하는 각종 디지털 기계가 급속도로 늘어나 디지털 문화 소외계층이 느끼는 불편함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7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58.3%에 불과했다. 특히 70대 이상은 25.1%로 심각하게 낮은 수준을 보였다. 나이가 많을수록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기계에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다. 빠른 디지털의 발달과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문화가 노년층에게는 일시적인 소외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이렇게 생긴 소외감이 세대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위험성 또한 존재한다.

모든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

  언택트 문화로 인해 기계에 익숙한 사람들은 더욱더 간편하고 편리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됐지만, 디지털 문화 소외계층에게는 점점 더 불편한 세상이 돼가고 있다. 그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만으로 디지털 문화 소외계층의 불편함을 다 덜어줄 수는 없기에 완전한 무인화 시스템을 정착시키기보다는 기존의 서비스도 함께 제공돼야 한다. 모두가 편리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언택트 문화와 더불어 디지털 문화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공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채원 기자 jcw9905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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