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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소비자에게만 붙는 핑크빛 웃돈, 핑크택스
2019년 03월 04일 (월) 16:10:43 하주언 기자 gkwndjswn2@naver.com


 

     
   
△핑크택스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네이버 이미지
 
  “여성분은 기본 커피 값의 1500원을 더 내셔야 합니다.” 이런 카페가 있다면 당신은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을까. 2016년 9월 캐나다에서 벌어진 이 실험은 미국의 비영리단체 걸토크HQ(Girl Talk HQ)가 ‘핑크택스’(pinktax)를 단면적으로 보여주고자 진행한 영상 캠페인이다. 걸토크HQ는 동일한 드립 커피를 성별로 구분해 여성용 커피를 남성용보다 1.5달러 비싸게 판매했다. 손님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실험이 진행되고, 커피를 성별에 나눠 판매하자 대부분의 손님은 황당해하거나 화를 내며 자리를 떠났다. 이처럼 동일한 상품에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같은 가격임에도 여성용이 남성용에 비해 기능이 떨어지는 현상을 ‘핑크택스’라고 한다. 명칭에 ‘핑크’가 붙은 이유는 기업들이 여성용 제품에 분홍색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며, 이는 성 편견이 가격 차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핑크택스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2015년 뉴욕시 소비자보호위원회(Department of Consumer Affairs)가 90개 브랜드 800개 제품의 남녀용 가격 차이를 조사했고, 여성용이 비싼 제품은 42%로 나타났다. 남성용이 더 비싼 경우는 18%밖에 되지 않았다. 또 여성, 소녀용 제품은 유사한 남성, 소년용 제품보다 평균 7%p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CBC(Canadian Broadcasting Corporation)는 이러한 핑크택스로 여성이 남성보다 43%의 비용을 더 치르게 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얼마 전 한 아웃도어 브랜드인 K 사의 롱패딩은 ‘핑크택스’로 논란이 돼 여성 소비자에게 몰매를 맞기도 했다. 남성용과 여성용 패딩의 가격은 92만 원으로 같았지만, 충전재는 남성용이 425g으로 여성용의 충전량이 283g인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의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기업은 여성 고객은 슬림하면서도 따뜻한 패딩을 원하기 때문에 디자인 측면의 차이를 무시한 채 충전량으로만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받아들이기 힘든 기업의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가격임에도 남성복(상)과 달리 여성복(하)에는 지퍼가 달려 있지 않다
 
핑크택스는 허상이 아니다

  이러한 핑크택스를 실생활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형 마트와 드럭 스토어를 방문해 상품을 비교해봤다. 성별을 구분해서 판매하는 상품을 찾았지만, 전보다 성별로 나눠진 상품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성별이 정확하게 명시돼 있는 의류 매장에 방문하자, 동일한 상품임에도 기능 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의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같은 상품에 가격도 동일했지만, 남성용 바지는 주머니, 단추, 지퍼, 안쪽 고무줄이 모두 달려있었던 반면 여성용 바지는 그렇지 않았다. 여성용 제품이 기능 면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동일하게 39,900원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번엔 마트에서 나와 미용실로 향했다. 그리고 여성, 남성 커트의 가격을 문의했다. 8곳 중 남성 커트 가격이 더 높은 곳은 한 곳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여성 커트가 평균 3000원가량 더 높았다. 이러한 가격 차이에 대해 문의하자, 미용실 관계자는 기장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이후 숏컷인 여성이 가도 여성용 커트 가격을 지불해야 하느냐 묻자 7곳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남성의 머리 기장과 비슷한 숏컷임에도 성별에 의해 돈을 더 지불해야 하는 핑크택스 현상은 미용실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분홍색으로 덧칠한 전략은 실패한다

  한 의류업체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핑크택스의 원인이 여성에게 더 높은 미적 기준을 적용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있다고 밝혔다. 의류업에 종사하는 디자이너 A씨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여성복은 많은 부자재(레이스), 절개와 다트가 들어가다 보니 자연스레 남성복보다 공임이나 개발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공임이 올라가니 기업은 여성복은 저렴한 원단을 사용해 최종 단가를 낮추는 방식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원단 시장에 가면 여성복 원단/남성복 원단이 따로 있는데 같은 값일지라도 여성복에 비해 남성복 원단이 밀도가 더 높고 혼용률이 좋다. 원단을 제작하시는 분께 이유를 여쭤보니 남성은 활동성이 많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라고 밝히며 여성복의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지적했다. 결국, 여성이라면 단순히 기능보다는 미에 집중해 구매를 결정할 것으로 판단하는 기업의 여성 혐오적인 시선이 핑크택스를 생산하고 또 동시에 방관하고 있다는 논지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연합뉴스를 통해 단순히 여성이 미에 관심이 많으니 돈을 많이 내야 한다는 논리로는 소비자를 설득할 수 없다며 성별에서 벗어난 가격 측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 고객을 겨냥해 출시했던 여성용 볼펜 세트 ‘빅 포 허(Bic for Her)’는 여성 소비자로부터 역풍을 맞았다. 여성이라면 파스텔 계열의 색 볼펜이라는 이유로, 기존보다 3달러가 비싼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는 기업의 안일한 전략으로 발생한 역효과였다. 즉, 남성용과 여성용을 나눠 판매하면서 근거 없이 여성용에 값을 더 붙여 팔거나, 여성성을 판매에 이용하는 일차원적인 전략은 마케팅 측면에서도 손해라는 것이다.

 

 

   
△트위터 '#여성소비총파업' 공식 계정의 포스터다 ⓒ네이버 이미지
 
주체로 되돌아가기위해 소비를 멈추다
  국내 여성 소비자는 여성 혐오를 기반으로 발전하던 자본주의 시스템에 저항하고자 파업을 선언하기 시작했다. 여성 소비 총파업은 남녀 고용 평등을 위해 ‘우리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라고 외쳤던 아이슬란드의 여성들을 따라 ‘노동의 주체는 소비의 주체, 우리가 주체다’라는 취지로 시작된 운동이다. 특히 핑크택스와 성차별적인 광고에 저항하는데 큰 의미를 지닌다. 소비 파업의 구체적 실현법은 매월 첫 번째 일요일 문화, 생활, 외식, 쇼핑 등 모든 면에서 소비와 지출을 중단하는 것이다. 여성 소비 총파업 운동에 참여해왔다는 한 학우는 “여성 소비자의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운동이라 생각되어 참여하게 됐다”며 “이 운동을 통해 여성 인구의 중요성을 각인시켜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말엔 아르바이트를 해서 점심을 사 먹곤 하지만, 이 운동이 진행되는 매월 첫 번째 일요일은 도시락을 싸 오고, 일요일의 지출을 막기 위해 먹을 음식이나 필요한 것은 전날에 미리 사거나 다음날에 사곤 한다”라고 덧붙였다.
 
불매(不買)가 끌고 불매(不賣)가 밀어주는 평등할 사회
  이러한 핑크택스를 막고자 하는 노력이 소비자만의 몫은 아니다. 기업의 인식 또한 변화로 이어져야 성차별이 직접적인 가격 차이로 이어지는 것을 중단할 수 있다.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은 동시에 이미지 생산이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책임감을 인식하고 나아가는 기업이야말로 마케팅과 장기적 차원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결국, 핑크택스는 소비자가 성차별적인 제품을 사지 않는 불매(不買)를, 기업이 이러한 상품을 팔지 않는 불매(不賣)를 실천해야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시대의 흐름을 읽으며 생산하고, 소비자는 비판적으로 소비할 때 핑크택스 없는 평등한 사회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주언 기자 gkwndjsw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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