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핑크택스를 실생활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형 마트와 드럭 스토어를 방문해 상품을 비교해봤다. 성별을 구분해서 판매하는 상품을 찾았지만, 전보다 성별로 나눠진 상품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성별이 정확하게 명시돼 있는 의류 매장에 방문하자, 동일한 상품임에도 기능 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의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같은 상품에 가격도 동일했지만, 남성용 바지는 주머니, 단추, 지퍼, 안쪽 고무줄이 모두 달려있었던 반면 여성용 바지는 그렇지 않았다. 여성용 제품이 기능 면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동일하게 39,900원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번엔 마트에서 나와 미용실로 향했다. 그리고 여성, 남성 커트의 가격을 문의했다. 8곳 중 남성 커트 가격이 더 높은 곳은 한 곳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여성 커트가 평균 3000원가량 더 높았다. 이러한 가격 차이에 대해 문의하자, 미용실 관계자는 기장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이후 숏컷인 여성이 가도 여성용 커트 가격을 지불해야 하느냐 묻자 7곳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남성의 머리 기장과 비슷한 숏컷임에도 성별에 의해 돈을 더 지불해야 하는 핑크택스 현상은 미용실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분홍색으로 덧칠한 전략은 실패한다
한 의류업체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핑크택스의 원인이 여성에게 더 높은 미적 기준을 적용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있다고 밝혔다. 의류업에 종사하는 디자이너 A씨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여성복은 많은 부자재(레이스), 절개와 다트가 들어가다 보니 자연스레 남성복보다 공임이나 개발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공임이 올라가니 기업은 여성복은 저렴한 원단을 사용해 최종 단가를 낮추는 방식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원단 시장에 가면 여성복 원단/남성복 원단이 따로 있는데 같은 값일지라도 여성복에 비해 남성복 원단이 밀도가 더 높고 혼용률이 좋다. 원단을 제작하시는 분께 이유를 여쭤보니 남성은 활동성이 많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라고 밝히며 여성복의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지적했다. 결국, 여성이라면 단순히 기능보다는 미에 집중해 구매를 결정할 것으로 판단하는 기업의 여성 혐오적인 시선이 핑크택스를 생산하고 또 동시에 방관하고 있다는 논지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연합뉴스를 통해 단순히 여성이 미에 관심이 많으니 돈을 많이 내야 한다는 논리로는 소비자를 설득할 수 없다며 성별에서 벗어난 가격 측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 고객을 겨냥해 출시했던 여성용 볼펜 세트 ‘빅 포 허(Bic for Her)’는 여성 소비자로부터 역풍을 맞았다. 여성이라면 파스텔 계열의 색 볼펜이라는 이유로, 기존보다 3달러가 비싼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는 기업의 안일한 전략으로 발생한 역효과였다. 즉, 남성용과 여성용을 나눠 판매하면서 근거 없이 여성용에 값을 더 붙여 팔거나, 여성성을 판매에 이용하는 일차원적인 전략은 마케팅 측면에서도 손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