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기자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K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 ‘뮤지엄 테라피: 디어 브레인’에 다녀왔다. ‘오감을 자극해 일상 속에 지친 뇌를 쉬게 한다’라는 전시의 취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우선, 바닥에 쌀을 깔아놔 관람객이 직접 쌀을 밟고 만질 수 있게 한 촉감 체험 전시가 매우 인상 깊었다. 조그맣고 딱딱한 쌀알을 밟을 때의 느낌은 모래를 밟는 감촉과 비슷했고, 전시 공간이 어두워 마치 조용한 밤바다를 거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늑한 분위기와 단순한 공간 구조가 심리적, 시각적인 안정감을 줘 잡념 없이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기분 좋은 사색을 즐겼다. 
 
  하지만 시각을 자극하는 체험 공간은 ‘인스타그램 업로드’용의 전시에 불과했다. 그곳은 일상에서 지친 뇌를 쉬게 한다는 전시회의 목적과 달리, 그저 예쁜 사진을 위한 형형색색의 전시물이 놓인 포토존일 뿐이었다. 그렇다 보니 많은 관람객이 전시물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어 관람 동선이 불편했다. 시각 자극은커녕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없었고, 이런 곳에서 어떠한 감명과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전시회의 의도는 좋았으나, SNS 이용자를 겨냥한 구성은 오히려 피로감만 남겼다. 작품의 취지에 좀 더 집중했더라면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채원 기자 jcw9905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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