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통학 중에 우연히 휴대폰으로 기사 하나를 보게 됐다. 박나래가 TV만 틀면 나온다며, 이대로 괜찮을지 우려하는 내용이었다. 혹사에 가까운 스케줄을 강행하는 것 같아 그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쓰여 있지만, 결국 박나래의 독주가 안 좋게 보인다는 말로 귀결되는 기사였다.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는 방송을 십 년 이상 독식하던 남성 연예인들에게 ‘하느님’이라는 호칭을 섞어가며 그들을 찬양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제야 무명 시절을 끝내고 정상에 오른 여성 연예인들에게 이전엔 하지도 않던 ‘걱정과 우려’부터 하려 하는가?
 
  사회는 유독 여성에게 엄격하고 불평등한 잣대를 들이민다. 이는 남성의 젠더 권력 속 여성혐오가 한국 사회에 얼마나 만연한지 보여주는 결과다. 수천 년간 여성은 남성보다 열위에 있는 2등 시민에 불과했다. 시대가 변화하는 이 시점에도 남성들은 그때 가졌던 권력을 잃지 못해 여성을 밑에 두고 끊임없이 대상화한다. 동시에, 학창시절 우유 당번이나 물통 교체 등을 내세우며 남성이 받는 차별을 운운한다. 
 
  안타깝게도 여성이 겪는 차별 대우가 박나래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책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논란이 됐던 아이린과 수많은 여성혐오 가사에도 인기가 식지 않는 남성 래퍼. 예능에서 트림을 했다고 악플 세례를 받은 제시와 비위생적인 일상을 보여도 재미있다고 평가받는 남성 웹툰 작가까지. 우리는 이를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격렬하게 투쟁해야 한다. 차별과 불평등은 평화롭고 잔잔한 분위기에서 종식되지 않는다. 빵과 장미가 있는 유토피아는 결국 예민한 여성의 연대에서 비롯한다. 
임나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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