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2호선 세입자>는 지하철 2호선에서 남몰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주인공 ‘이호선’이 2호선 세입자들을 지하철에서 쫓아내기 위해, 그들에게 접근하는 내용으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가족, 친구와 함께 보기 좋은 연극이라고 평가받는 이 연극은 지난달 초연을 시작해 지금도 상영 중이다. 



사람 냄새 가득한 2호선

  연극 <2호선 세입자>는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2호선에 모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이자 2호선의 역무원인 ‘이호선’은 지하철에 모여 사는 세입자들의 사연을 들어주며 공감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봤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2호선 세입자>는 화려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의 일상을 담백하게 풀어내 관객이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다. 자식들에게 쫓겨난 ‘구의’, 애인을 잃은 아픔 속에서 살아가는 ‘성내’, 가정 폭력으로 집에서 나온 ‘방배’ 등 등장인물마다 지닌 가슴 아픈 사연은 관객들의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각자의 아픔을 안은 채 서로 모여 사는 이들은 여느 가족처럼 잔소리하고 농담도 하며 지내는 모습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보는 듯했다. 그 속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지 않고 세입자들의 사연을 들어주며 함께 살아가는 이호선과 그런 그에게 마음을 열며 다가가는 세입자들의 모습은 관객에게 가족의 따뜻함을 선사했다. 감동과 재미, 그리고 훈훈함까지 전달할 수 있었던 연극이라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좁은 무대 공간을 충분히 활용한 무대 장치들은 연극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지하철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무대 장치가 관객의 눈길을 끌었다. 상황에 따라 천장에 설치된 10개의 벽 등은 순서대로 점멸돼 열차가 터널 안을 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지하철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안내 방송이 나오는 장면 또한 지하철 내부의 모습을 무대 위에서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지하철이라는 공간적 제약을 현명하게 극복한 연극이었다.

  우리 삶을 현실적으로 잘 풀어낸 작품 <2호선 세입자>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어쩌면 외면하고픈 사회의 아픔과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인류애를 보여주며 일상에 지친 관객에게 힐링을 선사했다.
정보운 기자 bounj0710@naver.com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연극

  2호선 열차에 사람들이 산다는 독특한 소재의 연극 <2호선 세입자>는 무겁고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지 않아, 가족이나 친구들과 가볍게 시간을 보내기에 좋았다. 하지만 어딘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연출로 인해 관객은 연극을 온전히 즐길 수 없었다.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은 곧 연극에 대한 몰입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연극은 각각의 캐릭터의 사정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우선 ‘성내’라는 등장인물의 경우 죽은 남자친구를 잊지 못해 지하철에서 살아간다는 설명이 나왔으나, 아무리 연극이라 해도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그 이유가 와닿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 ‘홍대’라는 캐릭터는 2호선에서 살게 된 이유조차 설명되지 않아 연극을 보는 내내 불편함을 유발했다. 2호선 지하철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특이한 설정의 소재인 만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타당하고 충분한 설명이 필요했지만, 이것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웠다.

  이에 더하여 90분이라는 시간은 이 연극을 담아내기에 모자랐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기 위해 연극은 급박하게 진행됐고 마지막 즈음에는 이야기의 전개를 급히 마무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듯 이야기가 아직 풀어지지 않는 중에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갑작스러운 러브라인은 연극의 흐름을 더욱 방해했다. 초반 두 등장인물은 서로 앙숙이 된 듯 싸우다가, 갑자기 별다른 이유가 나오지 않은 채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됐다. 이런 전개 방식은 기존의 이야기를 다루기에도 바쁜데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구성을 복잡하게 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주겠다는 욕심이 지나쳐 깔끔한 마무리를 위한 세심함이 부족했다.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거나 적당한 에피소드의 양을 가지고 극을 전개했다면 이렇게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았던 구성은 연극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채원 기자 jcw9905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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