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웃어른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어린이
  5월은 행사가 유난히 많은 달이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 어린이날 등 굵직굵직한 행사들이 많은 탓에 신경 쓸 일도 많고, 비용도 많이 나가지만 이러한 기념일을 통해 평소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은 이러한 기념일에 모처럼 쉴 수 있기 때문에 선물만 주고 가볍게 지나갈 수 있다. 기념일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이기보다는 ‘쉬는 날’로 먼저 생각되는 것이다. 이번 기록에서는 우리 고유의 덕(德)인 효(孝)와 깊은 연관성을 가진 ‘어버이날’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어버이날이 단순한 휴일이 아님을 깨닫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어버이날은 사순절에 교회를 찾아 어버이에게 감사를 비는 영국 및 그리스의 풍습과 미국에서 한 소녀가 어머니날을 만들자고 제안한 데서 유래했다. 미국의 어머니날은 약 100여 년 전 미국 버지니아의 안나 자이비스란 소녀에 의해서 시작됐다. 1907년경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녀는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을 보며 어머니가 좋아했던 흰 카네이션을 달고 ‘어머니날’ 운동을 하게 된다. 이 운동으로 ‘어머니날’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1914년에는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이 어머니날로 정해지면서 공식적인 기념일이 됐다.
  한 소녀의 운동이 공식적인 기념일이 되기까지는 미국의 백화점 재벌 존 와나메에카(John Wanamaker)의 공이 컸다. 어머니에 대한 안나의 갸륵한 마음에 감동한 존은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정하였다. 그 후로 그는 자신의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의 어머니 중 나이가 많은 어머니들을 위로하는 잔치를 베풀었다. 이러한 행사가 점점 퍼져 전국의 교회들이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 주일로 정했고, 국가에서는 이 날을 공식적인 국가 기념일로 지정했다.
  당시 안나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교회 사람들에게 카네이션을 나눠 준 것에서 유래해 우리나라에서도 어머니날의 의미와 카네이션의 나눔이 전해지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에서 어머니날이 생긴 뒤 약 50여 년이 지난 1956년 5월 8일에 어머니날이 생겼다. 17회까지는 어머니날로 시행되었으나 점차 아버지날이 거론되면서 1972년,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을 합쳐 지금의 명칭인 ‘어버이날’로 개정하였다. 어버이날이 제정된 초기에는 경로사상을 높이기 위해 어버이날을 전후한 일주일 동안을 ‘경로주간’으로 정하여 경로당에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7년부터 경로주간이 폐지되고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10월을 경로의 달로 정해 별도로 시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어머니날이 기독교에서 시작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어머니날이 처음으로 행해진 곳은 기독교 단체였다. 1930년 무렵부터 구세군 가정단은 기독교 국가에서 행해지는 어머니 주일을 지키기 시작했고, 1932년에는 감리교 연합회에서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부모님 주일로 지킬 것을 결의했다. 그러나 어머니날이 기독교 사상에서 만들어졌다 할지라도 우리나라의 어머니날은 효(孝) 사상과 결부하여 탄생했다. 유교사상이 전통적인 뿌리였던 우리는 공자의 『효경(孝經)』에서 등장하는 “무릇 효가 덕의 근본이다. 모든 가르침이 여기에서 시작된다”는 말처럼 종교적인 의미보다 효심(孝心)을 주 사상으로 삼은 것이다.
  비록 미국과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사상은 다르지만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같다. 종교와 사상에 관계없이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는 어느 나라에서도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어버이날’은 ‘휴일’이 아닌, 진정으로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날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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