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영화 <미성년>(이하 미성년)을 예매한 관객이 극장으로부터 상영 취소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전화를 받은 씁쓸한 이야기를 접했다. 이미 과반수의 스크린을 확보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어벤져스)의 상영 시간을 더 늘리기 위해서였다. 논란을 빚었던 CGV 측은 ‘어벤져스의 매진으로 발길을 돌리는 관객이 많았다’라며 ‘많은 관객이 편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멀티플렉스 극장의 역할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세상에는 흥미를 부르는 것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도 분명 있다. 미성년이 바로 그중 하나다. 영화의 서사는 여성 배우 네 명의 감정선 위주로 섬세하게 진행된다. 연출자인 배우 김윤석도 남성이 여성 서사를 다루는 부분에 있어서 생길 수 있는 태생적 한계를 인정해 그를 제외한 스태프 대부분을 여성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이처럼 최근 문화계의 흐름은 영화 <미쓰백>을 비롯해 제작진이나 서사 진행이 여성 중심으로 점차 전개되고 있다. 어디를 가든 남초 현상을 보이는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동향은 고무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이목이 쏠리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어벤져스를 관람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와 달리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않으면 사라지는 미디어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흥행과 재미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여성영화에도 귀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페미’로 치부할 부분이 아니다. 사회의 획일화와 고정관념에 관한 문제다. 큰 반향은 누군가의 눈길이 모여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임나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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