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났던 폭행 사건이 불씨가 돼 한국 사회가 활활 타고(burning) 있다. 사적인 대화방부터 거대한 권력형 비리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 전반에 강고하게 작동하는 남성연대는 ‘강간문화’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2016년 여자친구와의 성관계를 불법촬영·유포하고도 무혐의로 방송에 복귀했던 정준영은 이제 구속됐다. 가수 승리도 피의자 신분이 됐고, 경찰 조사에서 성접대 의혹을 확인했다. 단톡방에 있던 다른 남성 연예인들도 줄줄이 음란물 유포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고 있다. 우리가 매일같이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고, 즐겨듣던 노래를 부르던 그들이 말이다.

  해묵은 ‘음모론’도 제기됐다. 버닝썬 사건이 이렇게 커진 이유는 김학의·장자연 사건을 덮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다. 이는 사태의 본질을 잘못 짚은 것이다. 버닝썬 사건과 더불어 남성 연예인의 범죄는 단순히 유명인의 스캔들로 권력형 비리를 덮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버닝썬이 도화선이 돼 은폐됐던 김학의·장자연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촉발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버닝썬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김학의·장자연 사건에 대한 재수사 요구도 높아졌고, 대통령은 재수사와 함께 엄단을 지시했다.

  연쇄작용이 가능했던 이유는 사실상 버닝썬·김학의·장자연 사건이 하나의 맥락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성들이 권력을 도구로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이를 유희거리로 삼았다. 공권력은 이를 범죄시하기는커녕 짓궂은 문화일 뿐이라며 눈감아줬다. 강고한 남성연대에 만들어놓은 강간문화에 기반한 사회구조 속에서 가능했던 범죄라는 점에서 세 사건의 뿌리는 같다.

같은 흐름에서 출발한 사건이니 그 처분도 같아야 할 것이다. 범죄행위를 낱낱이 밝혀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이미 한 차례 법망을 빠져나간 적 있던 정준영은 이번엔 그럴 수 없었다. 과거라면 ‘남성 연예인의 일탈’로 규정됐을 사건은 이제 명백한 범죄 행위로 인식됐다. 이 모든 것은 디지털 성폭력을 가시화하기 위한 여성들의 노력,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시킨 ‘미투(Me Too) 운동’이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일이다. 그 힘이 버닝썬 사건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성접대 등이 되풀이되어선 안 될 범죄행위로 명백히 자리 잡기 위해선 김학의·장자연 사건에 대해서도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에야 말로 뿌리를 뽑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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