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침묵시위 참여자들의 모습이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시민들이 우산을 들어 노란 리본 만들기에 참여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13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슬픔을 달래주기라도 하는 듯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였다. 부모님의 손을 꼭 잡고 돌아다니는 아이부터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5년 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304명의 영혼을 추모하고, 사건의 진상규명을 외치기 위함이었다. 이날은 서울시와 4.16연대가 공동 주최하는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 문화제 ‘기억, 오늘에 내일을 묻다’(이하 기억 문화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이번 행사는 국민 참여 기억 무대, 플래시몹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본 공연인 ‘기억, 오늘에 내일을 묻다’ 순으로 이뤄졌다.


  광화문역에서 광장으로 이동하던 중 세월호 희생자인 고 이다운 군이 작사, 작곡한 노래 ‘사랑하는 그대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리는 곳을 따라가 보니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이었다. 어두운 옷을 입고 엄숙한 표정을 지은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세월호 특별수사단 설치를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진행하고 있었다. 참가자들 손에는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라는 노란색 플래카드가 들려있었다. 정숙한 분위기 속 진행된 침묵시위는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겠다는 그들의 강경한 다짐이 느껴졌다.


하나 된 마음으로 희생자를 추모하다
  국민 참여 기억 무대가 진행되는 광화문 북쪽 광장에 도착했다. 무대 위 전광판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내용이 담긴 추모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이 영상은 시민들이 직접 만든 UCC였으며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거주하고 있는 재외국민이 만들어 보내온 영상도 있었다. 저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영상 속 ‘잊지 않고, 기억 속에 품으며 살아가겠다’라는 마음가짐은 모두 같았다. 특히 희생자의 이름을 노래로 부르는 영상은 이를 보고 있던 모든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잔잔한 선율에 맞춰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장내는 금세 숙연해졌고, 희생자의 사진과 이름이 함께 지나갈 때 영상을 시청하던 사람들의 눈에는 순간 눈물이 맺혔다. 자신의 삶에 바빠 잠시 그들을 잊고 살아간 것에 대한 미안함과 세상을 떠난 희생자를 향한 안타까움이 합쳐진 듯했다.


  시민들은 영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기억 무대에 참여했다. 첫 순서로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무대에 올랐다. 그들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의 관심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긴 노래를 불렀다. 또 이들은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해 대학생들이 끝까지 함께 행동하겠다고 수많은 사람 앞에서 다짐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비보이의 살풀이춤, 수아비스 합창단의 공연 등이 이어졌으며 모든 무대 참여자들은 그들의 진심이 희생자들에게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해 정성스러운 무대를 꾸몄다.


  국민 참여 기억 무대가 끝난 뒤 대학생 행진과 플래시몹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가 진행됐다. 대학생 행진 참여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속한 대학교의 깃발을 들고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를 촉구한다!”, “세월호 참사 책임자를 처벌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 광장을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 그런 모습에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학생들을 응원했다. 행진 후에는 대학생 시국 대회가 진행됐다. 무대에 오른 숙명여자대학교 방서영(19) 씨는 “함께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 이제야 알게 됐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월호가 어떻게 침몰 됐는지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제 작은 힘을 보태보려고 한다”라고 말했고, 그를 바라보던 시민과 학생들은 호응으로 그 말에 동의를 표했다. 대학생 시국 대회를 지켜보던 도중,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김진아(영어 17) 씨를 우연히 만나게 됐다. 김 씨는 “‘5년이나 지난 세월호 참사 언급은 이제 지겹다’라는 말을 들을 때 너무 안타깝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 규명을 위해 우리 대학생을 비롯한 많은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무관심한 사회 분위기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윽고 플래시몹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가 진행됐다. 시민들은 플래시몹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된 노란색 우산을 집어 들고 전광판에 재생되는 율동 영상을 따라 했다. 처음엔 율동을 어려워하며 어색해하는 눈치였지만, 같은 동작을 하는 서로의 모습에 용기를 얻어 적극적으로 점차 더 큰 동작을 만들어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 순간만큼은 밝은 분위기의 음악에 맞춰 모두 한마음으로 플래시몹을 즐겼다. 플래시몹이 끝난 뒤, 세월호 참사 날짜에 맞춰 오후 4시 16분에 시민들은 들고 있던 노란 우산을 펼쳐 들어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가장 큰 노란 리본을 만들어냈다. 플래시몹 담당자 방혜성(28) 씨는 거대한 노란 리본을 보며 “매해 보는 광경이지만, 이번 해도 역시 울컥하다. 많은 분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이미 기억 문화제 측에서 집회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단체가 맞불 집회를 한다고 해 많이 걱정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광장 주변의 도로에서 극우 보수단체의 집회가 있었고 작은 마찰이 종종 일어나 상당히 소란스러운 상태였다. 심지어 행사에 참여한 시민에게 큰소리로 욕을 해 경찰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우리의 진심이 하늘에 닿기를
  방 씨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이동하는 기자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은 건 시민들의 어깨에 붙어 있는 노란 나비였다. 나비를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로 작은 노란 물결이 일렁였다. 이 노란 나비는 양승미(49) 씨가 속한 안양 리본 공작소에서 직접 만든 것이었다. 이것을 만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양 씨는 “희생자들에게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만들었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그는 “나비 만오천 마리를 직접 만들어서 조금 힘들긴 했지만 정성스레 만든 것에 시민들이 기쁜 마음으로 동참해주셔서 뿌듯하기도 하고, 덕분에 우리의 진심이 희생자들에게 닿을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미소를 띠었다. 양 씨와 대화를 마친 기자의 어깨에도 어느새 작고 귀여운 노란 나비가 내려앉았다.


  5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하며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또다시 소중한 이를 떠나보낼 수 없는 사람들의 울림이다. 기억 문화제 참가자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304명의 희생자와 “진실이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항상 함께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추운 바다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났을 희생자들이 더는 외롭지 않도록 늘 함께하고, 기억하겠다는 시민들의 진심이 저 하늘 어딘가에 닿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정채원 기자 jcw9905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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