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문영>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성장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독립영화다. 세상에게 마음을 닫은 열여덟 ‘문영’과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스물여덟의 ‘희수’가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주고 각자가 지닌 아픔을 공유하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섬세한 감정을 군더더기 없이 그려낸 영화
 
  영화 <문영>은 상처받은 이들이 만나 겪는 변화를 다루며 어떻게 서로를 통해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 분위기를 잘 살린 배우들의 연기와 현실성 있는 대사는 관객들로 하여금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먼저 배우들의 감정 연기와 그것을 잘 드러내는 연출은 저예산 제작으로 인한 독립영화의 한계를 깼다. 이 영화는 시각적 화려함을 내세우기보다 사소한 표정 하나에도 집중해 각 캐릭터의 매력을 온전히 발산하려 했다. 문영의 어둡고 슬픔이 담긴 표정과 굳게 다문 입, 지나치게 커 보이는 겨울옷이나 흘러내리는 가방은 상처 많고 지친 문영의 캐릭터를 잘 살린 소품이었다. 희수의 지나친 밝음 속 상처받은 내면과 왠지 모를 외로움이 보이는 행동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구구절절 말로 표현하려 하기보다 현실적이고 섬세한 표현 방식으로 예산 문제를 극복했다.
 
  아울러 여성의 연대를 다뤄 온전히 여성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영화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이 영화의 주제는 사회적인 편견에 맞서 의기투합한 두 여자의 워맨스로, 문영과 희수의 교감이 인상적이다.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면서 조금씩 세상 속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문영에게 희수는 엄마처럼, 언니처럼 혹은 애인처럼 수많은 감정으로 다가와 그녀를 안아준다. 두 여성 배우가 극의 내용을 이끌어 나가며 연대하는 모습은 남성 배우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계에 여성 영화로서 가치를 갖는다.
 
  <문영>은 불우한 가정, 사랑의 결핍과 같이 불행이라고 할 수 있는 소재를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담담하게 풀어낸다. 문영이라는 사춘기 소녀의 미성숙을 보여줌으로써 소통과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게 한다. 이 작품은 문영과 희수를 통해 사회의 소수가 겪는 고통을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고통으로 환원하여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정보운 기자 bounj0719@naver.com
 
캐릭터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 연출의 한계
 
  영화 <문영>은 캠코더 속에 갇혀 진짜 세상과 문을 닫은 고등학생 문영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냈다. 성장 영화로서 그 주제를 전달하는 데엔 충분했지만, 부족한 연출력과 섬세하지 못한 묘사라는 한계가 남았다.
 
  우선, 줄거리에 허술한 점이 많아 영화를 보는 내내 전개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문영과 희수의 행동 변화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둘의 첫 만남은 문영이 희수를 캠코더로 몰래 찍으면서 시작된다. 희수는 자신을 몰래 촬영한 문영에게 화를 내다 갑자기 의구심을 접고 자신의 집으로 그를 데리고 간다. 영화는 이러한 희수의 심정 변화를 어떤 묘사나 상징으로도 설명하지 않고 다소 불친절하게 전개를 이어나갔다. 또한, 문영이 희수와의 사랑을 통해 입을 열게 된다는 설정상 영화는 문영의 커지는 감정을 세세하게 그릴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문영이 절망을 겪은 뒤 갑작스러운 희수와의 입맞춤을 통해 사랑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풀어냈다. 이렇게 변화의 동기인 내면에 대한 설명을 거의 생략한 채 영화가 전개돼 인물에게 쉽게 몰입할 수 없었다.
 
  영화의 색감이 어둡게만 진행되는 것 또한 아쉬운 부분이었다. 영화는 색감에 변화를 두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푸르고 어두운 분위기로만 진행됐다. 상처를 극복하는 문영의 심리적인 굴곡이 두드러지는 동안에도 영화는 분위기와 색감에 어떠한 변화도 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러닝타임이 짧은 영화임에도 장면 중 일부는 지루하게 다가왔다. 문영을 맡은 배우의 연기력 덕에 영화의 부족한 부분이 가려졌으나 영화 내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설득력 자체가 약하다는 생각은 지우기 힘들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영화의 주제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캐릭터 행동의 변화 과정을 입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하주언 기자 gkwndjsw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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